한국, 중동산 원유비중 72% 달해

2025-06-16 13:00:33 게재

호르무즈해협 봉쇄시 직격탄 … 과거 위기땐 한두달 내 하락세 전환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 원유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JP모건, 최악상황 130달러까지 전망 =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281만배럴, 석유제품 109만배럴 등 총 390만배럴(1일 기준)의 석유류를 수입했다. 원유의 경우 중동산이 201만배럴로 전체의 71.5%를 차지했다. 이중 호르무즈해협을 경유해 들여온 원유는 192만톤으로 68.2%에 이른다. 홍해를 거쳐 한국으로 수입된 원유는 15만배럴(5.2%)이다.

호르무즈해협을 거치는 글로벌 원유 물동량은 전체의 약 20%(1일 2115만배럴)에 이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핵심 수송로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서쪽의 페르시아만과 남동쪽 아라비아반도의 오만만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이다. 해협의 북쪽에는 이란이 있고 남쪽에는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원유·천연가스를 도입할 때도 이곳을 지난다.

JP모건은 “이란이 중동 지역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 지역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경우 공급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봉쇄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금까지 숱한 지정학적 위기 가운데도 호르무즈해협이 실제 봉쇄된 경우는 없다. 물론 선박 공격이나 나포 등 부분적 교란 발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가 강세론 vs 상승제한론 = 이와 관련, 산업부는 13일 ‘중동 상황 관련 석유·가스 수급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유가추이를 전망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협회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유가 전망에 대해 단기적으로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란산 원유 수출 차질(1일 160만배럴), 이란의 대규모 보복,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국제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잦아들고, 실제 공급 차질 여부가 가늠될 때까지 국제유가 상승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중기적으로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유가 강세 △상승제한 등 상반될 것으로 봤다. 유가 강세론의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장기화되거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반면 상승제한론은 실질적인 공급차질이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다. 현재 석유수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플러스(+) 국가들의 생산증가로 수요대비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OPEC 회원국들의 잉여 생산능력이 1일 약 500만배럴에 이른다. 미국과 제3국의 외교중재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스라엘과 주변세력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사례가 여러차례 있지만 대체로 단기적으로 치솟았다가 곧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1월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피살,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2024년 7월 이스라엘의 하마스 고위층 암살, 10월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등 때에도 한두달 안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와 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중동의 상황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축유(1일 기준)는 정부 9900만배럴, 민간 8900만배럴 등 1만9000배럴에 이른다. 유사시 2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는 위기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비축유를 활용해 석유수급 위기를 돌파해나갈 방침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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