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화 지원 “인권침해 아냐”

2025-06-16 13:00:28 게재

법원 “표정·몸짓도 의사표현 … 복지수준 유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표정과 몸짓으로 퇴소 의사를 표현해 퇴소시킨 후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한 사회복지법인의 조치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A 사회복지법인이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법인은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에 따라 2018년~2021년 뇌병변·지체·지적·중복장애를 가진 B씨 등이 있던 수용형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고 이들에 대한 퇴소와 지원주택 입소 절차를 진행했다. 지원주택 입소나 원가정 복귀를 하지 않은 거주인은 A 법인이 운영하는 다른 시설로 전원했다.

인권위는 B씨에게 본인의 거주지와 동거인을 선택할 정도의 의사능력이 없는데도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퇴소시켜 주거 이전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2023년 7월 A 법인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A 법인은 인권위 결정이 부당하다며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A 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B씨 퇴소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장애인이 음성언어로 자기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더라도 숨소리·표정·몸짓 등과 같은 대체적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며 “장애인이 자기 생각이나 진정한 의사를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못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설 임직원들은 퇴소에 앞서 B씨에게 퇴소와 지원주택 입소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반응을 살피며 의사를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음성언어와 대체적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동의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주택을 통해 제공되는 복지서비스가 기존 거주시설에 비해 열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탈시설 이후 B씨의 활동 능력이 좋아졌다는 등 내용의 담당 조사관 관찰 결과에 비춰 사회복지법인이 B씨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거나 보호조치를 미흡하게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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