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퇴직금 “3년 내 청구해야”
장례지도사들, 소속 변경 3년 후 퇴직금 청구
2심 “퇴직금 지급해야” … 대법, 파기 환송
회사 소속을 변경한 후 3년이 지난 뒤 이전 회사에 퇴직금을 청구한 장례지도사들에 대해 대법원이 패소 취지의 판결을 했다. 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A씨 등 장례지도사 10여명이 프리드라이프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 등은 프리드라이프와 위탁계약을 맺고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했다. 프리드라이프가 ‘현대의전’이라는 업체를 만들어 장례의전 업무를 위탁하면서 2015년 11월 A씨 등은 프리드라이프와 계약은 해지하고 현대의전과 새로 위탁계약을 맺어 장례의전 업무를 수행했다.
A씨 등은 두 회사가 사실상 동일한 회사임에도 프리드라이프가 퇴직금 지급을 피하고자 소속을 이전시키고 퇴직금 지급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021년 6월 뒤늦게 퇴직금 소송을 냈다.
쟁점은 퇴직금 청구권 소멸시효(3년)가 완성됐는지 여부였다.
프리드라이프측은 A씨 등의 퇴직금 청구권은 계약 해지 시점인 2015년 11월 발생했고, 소송은 3년이 더 지난 2021년 6월 제기됐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2심은 “해지 합의 당시 프리드라이프의 언동이나 그로 인한 원고들의 신뢰 등에 비춰 원고들로서는 현대의전 퇴직 전까지는 프리드라이프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타당)하다”며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있거나 △시효완성 후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이거나 △채권자 보호 필요성이 크고 다른 채권자가 변제를 받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프리드라이프가 이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고들과 같은 지위의 일부 장례지도사들이 2016년 7월 퇴직금 청구소를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원고들도 3년 내 권리행사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신의칙 위반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