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은 다르다?
지방자치 부활 30년만 첫 사례
현장·성과 중심 리더십 보여줘
“‘여의도 만능주의' 사고 깨져”
지방자치 부활 30년 만에 첫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과거 중앙무대의 정치인·관료 출신 대통령과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에서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뒤 업무지시를 하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주민들이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는지 점검한다. 이런 모습은 일선 기초단체장들의 일상과 비슷하다. 이재명정부가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장과 자치분권 전문가들은 이재명정부 출범에 대해 이전 정부와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실무경험이다. 기초지자체장들은 지역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 각종 사업과 정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실행에 옮기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랬다. 성남시장 시절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시민들의 불편한 점을 직접 듣고 시정 가능한 문제는 곧바로 해당부서에 지시해 바로잡았다. 시청에 출근할 때도 일부러 걸어서 출근하며 보도블록 파손 등 현장의 문제를 직접 챙겼다. 이후 경기도지사 시절이나 국회의원 때도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새로운 정치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지난 12일 서울시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장마철 대비 긴급현장점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이런 강점이 잘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 ‘경북형’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해 발표한 권종협 경북도 재난관리과장은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역임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대통령이 우수관 관리 등 재난현장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재명정부에서는 재난은 있어도 대처미흡에 따른 인재는 있을 수 없다는 국정운영방향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평택시의 세교지하차도 침수대응 사례를 듣고 “메뉴얼을 지켜서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잘 방어해줬다”며 “다른 지자체에 이런 모범사례가 잘 전파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은 정부의 모든 부처에서 결정된 정책과 사업을 집행한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업무를 다룬다는 점도 국회의원 출신과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장은 “재선 3선 기초단체장들은 어떤 질문을 던져도 다 답을 해낸다. 행정적인 문제로 토론하면 웬만한 국회의원들은 상대가 안된다”며 “소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모든 분야를 잘 알고 대처해야 하는 게 기초단체장인데 이 대통령은 그 중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현장감각과 실무경험은 국무위원 등 중앙정부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이나 큰 현안만 거론하면 국무위원들이 자기 마음대로 하거나 대통령 눈에 보이는 것만 할 수 있는데 이 대통령처럼 구체적 사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면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국민 입장에서 일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방분권단체들은 이재명정부 출범이 기존 여의도 중심 정치체계의 변화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앙무대에서 성장해 대선에 도전하던 전례를 깼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노민호 자치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정치환경에서 기초단체장은 말 그대로 동네 사또쯤으로 취급해온 게 현실이지만 그 경험이 있고 없고가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면서 “광역단체장 자리도 개인의 정치적 욕심으로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이재명 대통령시대에는 좀 깨달았으면 싶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