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주산지 경북 북부 ‘삼재’로 초토화
산불·냉해·우박 잇단 재해
안동지역 과수농가 ‘울상’
경북 안동시 임하면 구수리 자연부락 오름실마을은 지난 3월 경북 북동부지역 5개 시·군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초토화된 지역이다. 지난 12일 다시 찾은 이 마을은 여전히 산불 피해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마을 김우철 이장의 집터 옆 밭의 사과나무 200여 그루는 꽃눈조차 피우지 못하고 고사해 베어졌다. 인근 1800여평의 또 다른 밭의 사과나무는 110여 그루나 죽어나갔다.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현하리 1500여평의 800여 그루 사과나무도 모두 불타 1년생 사과나무 580여 그루를 새로 심었다.
산불의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집앞 사과밭에는 탱자 크기의 사과가 생육관리를 받고 있었다. 열매에 채광이 잘 되도록 잔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다. 얼핏 보기에 멀쩡해 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열매가 상처투성이다. 검은 점으로 멍들어 있거나 찍힌 자욱이 선명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우박 때문이다. 가을까지 키워본들 제값은 못받겠지만 키울 수밖에 없다.
앞서 경북도의 과수농가는 지난 3월 초대형 산불로 초토화되는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면적만 2003㏊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사과는 1560㏊나 됐다.
산불이 농민들의 속을 까맣게 태운 직후 우박과 냉해가 덮쳤다.
16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함께 약 5~20분간 수차례에 걸쳐 0.5~1.5㎝크기의 우박이 쏟아져 각종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혔다.
경북도는 안동 등 13개 시·군에 969.5㏊에서 우박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과 피해가 827.2㏊(1236농가)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과주산지인 청송은 350㏊, 안동은 190㏊ 등이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우박이 내린 후 2차 병해 감염을 막기 위한 살균제 살포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냉해 피해도 컸다.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5일간 봄철 이상저온현상이 지속됐다.
지난 3월 31일 안동은 최저 기온이 영하 5.8도까지 떨어졌고 지난 3월 30일 경산은 영하 0.2도까지 내려갔다. 이로 인해 개화기 꽃눈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농림식품부 정밀조사에 따르면 경북도내 21개 시·군에서 1만5995.5㏊(2만3317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사과농가의 피해는 1만1062.5㏊로 가장 많았다.
과수의 생육을 좌우하는 3월말부터 5월말까지 불과 두 달 사이에 산불, 냉해, 우박 등의 3대 재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사과 생산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우철 오름실마을 이장은 “한창 생산량이 많이 나오는 5년생에서 8년생 사과나무가 불에 탔는데도 산불피해에 따른 피해보상은 올 한해 뿐이어서 향후 수년간 농가 피해는 지속되고 사과생산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