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악마도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2025-06-16 13:00:45 게재

이재명정부 출범 13일째. 이재명 대통령은 눈코 뜰 새가 없어 보인다. 내치와 외교가 겹쳤다. 이 대통령은 16일 G7 참석을 위해 캐다나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4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빠듯한 국내 상황에도 다수 전문가들은 ‘참석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견이고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4일 취임하자마자 각종 의전행사와 증권거래소 방문, 국무회의 마라톤회의 진행 등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국무총리 등 내각과 대통령실이 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주요 업무를 직접 챙길 수밖에 없다.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같이 할 인재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듯 ‘무덤’같은 대통령실에서 ‘맨 땅에 헤딩’하는 셈이다.

높아진 기대감, 국정동력으로 삼아야

이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 이은 민주당 계열의 네 번째 대통령이다. 민주당 정권은 ‘소수파’를 면치 못했지만 점차 지지기반을 확대해 왔다. 과거에는 정권교체 열망을 업고, 그후에는 민심에 부응한 새로운 인물과 정책을 통해서다.

특히 주요 기반이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옮겨왔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부산경남에서도 저변을 꾸준히 넓혔다. 물론 이 대통령 당선은 상당 부분 윤석열정부의 실책 ‘덕분’이다. 양분된 정치환경은 대선 전이나 후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을 찍지 않은 절반의 유권자가 쉽게 마음을 열 것 같지도 않다.

영남지역 한 기업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돼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보수 정당 지지자다. 윤석열을 찍었고 홍준표도 좋게 평가했다. 그에게 “평소 욕을 하더니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그는 “지난 3년간 투자한 주식이 마이너스 25%까지 까먹어 엄청난 스트레스였는데 최근 이를 회복했다. 이 대통령 덕인지 모르겠지만 계엄사태가 마무리되고 주식이 살아나 숨을 쉬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이 누구라도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가 이재명 지지자로 ‘변심’한 것은 아닐지라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진심인 듯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2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53%로 나왔다. 13일 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 새 정부의 가장 큰 국정동력이다. 물론 어느 정권이나 출범 때는 지지율이 높게 마련이다. 소중한 국정동력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전적으로 이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에 달렸다. 이 대통령은 내란종식 경제회복 국민통합을 주요 국정지표로 내세웠다.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방향이지만 해결책은 만만치 않다. 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이른바 ‘이재명 리더십’이 발휘되길 바란다. 산골에서 태어나 소년공으로, 주경야독으로 변호사를 거쳐 정치적 지도자로 ‘이변’을 일으켜온 저력을 오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쏟아주길 기대한다. 대통령이 ‘만능해결사’는 아니다. 5년 임기의 행정부 수반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국민들도 ‘영웅’까지 원하지 않는다. 역대 정권의 성과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적어도 ‘평균 이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요란한 구호보다 구체적 해법 필요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첫 민정수석은 부동산 차명 거래로 낙마했다. 과거에도 내부 잡음과 이로 인한 정부 불신은 ‘인사 문제’에서 시작했다. 벌써부터 대통령실이나 주요 부처, 공공기관 자리를 두고 여러 소리가 나온다.

논공행상은 불가피하지만 최소화해야 한다. 국정 충성도가 필수라면 능력과 도덕성, 탕평은 충분조건이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으면 천사도 있을 것이다. 안팎의 어려운 현실에서 새 정부와 여당은 구름잡는 얘기가 아닌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워커홀릭’이고 현장과 실용을 중시한다는 건 좋은 신호다. 정치인의 요란한 구호, 학자들의 탁상공론, 관료들의 무사안일을 경계하고 현실에서 답이 나올 때까지 소통하고 묻고 점검하는 ‘6급 주사형’ 대통령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플레이’를 하길 바란다. 남 얘기 듣지 않고 혼자만 떠들었다는 전직에서 배울 건 없다.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차염진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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