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도 칼럼
이란-이스라엘 전쟁, 확전과 휴전의 갈림길
현지시각으로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전투기 200여대로 이란의 핵 시설과 주요 군 시설을 파괴하고 군 지도자와 핵과학자를 암살하는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 작전명은 유대인의 히브리성서(그리스도교의 구약성서) 4번째 책인 민수기 23장 24절 “보라, 암사자처럼 일어나고 수사자처럼 일어서는 백성을. 짐승을 잡아먹지 않고서는, 잡은 짐승의 피를 마시지 않고서는 눕지 않는다”에서 따온 말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자국에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해온 이란을 공격하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이번에 실패하면 이스라엘이 죽는다는 각오로 결행한 의지를 작전명에 담았다.
이스라엘군 성명에 따르면 "이란은 결정하기만 하면 15개의 핵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핵 분열 물질을 가지고 있고, 최근 몇 달간 핵무기 조립을 위한 비밀 실험을 진행했으며 또 현재 수천 발의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를 3배로 늘릴 계획이라 핵무기 없이도 이스라엘의 실존을 위협하는 존재이기에 공격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레 선제공격을 받은 이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격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면 더 당한다는 경험칙에 따라 이란 역시 ‘진정한 약속’이라는 작전명 아래 첫날 200여기를 시작으로 매일 많은 수의 탄도미사일로 강력히 대응했다.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을 공격한 것에 맞서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했고, 산업중심지 하이파, 군사기지가 있는 곳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목표에 맞춰 비례적으로 폭격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 국민들이 1948년 개국이래 겪어보지 못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란 사흘째 공격, 전면전 양상
사실 미국과 이란은 6월 15일 오만에서 핵협상을 하기로 약속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공격하기 바로 전날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필수인력을 제외한 미국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때만 해도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기보다는 미국이 핵협상에서 이란이 미국 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전으로 보았다.
이스라엘은 미-이란 핵협상 시작 전부터 이란의 핵시설 파괴를 줄기차게 주장했고,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강경책이 핵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둔다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요청을 묵살했다.
돌이켜보면 이스라엘이 이번에 예상을 깨고 과감하게 이란에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한 결과다. 그동안 두 정상이 이란 공격을 두고 서로 엇갈린 발언을 해 시선을 빼앗았고 그 결과 이란도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다. 이란이 전혀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있긴 전날 이란도 방비훈련을 했으나 지도부는 내심 15일 오만 회의가 열릴 것이기에 군사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세로 이란의 핵 능력, 탄도미사일 시설, 군사력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더 나아가 1979년 이래 존속해온 이란의 이슬람공화정 체제 자체의 붕괴를 목표로 삼고 있다. 현 지도부를 제거해 민중 혁명을 유도해 이스라엘을 위협해온 정치체제를 바꾸겠다는 대담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이란은 장기전을 각오하며 맞불을 놓으며 네타냐후 총리 정부 붕괴를 노린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장기전으로 가면 누가 웃을 것인가를 두고 예측은 엇갈린다. 잃을 것 없는 대국 이란은 이라크와 8년 전쟁도 경험했기에 버티는 힘이 이스라엘보다는 셀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방공망이 무너진 이란이 이스라엘의 치열한 공습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받을 것이나 이란은 지원세력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지원을 내심 기대하나 러시아는 완곡히 거절했다. 다만 중재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이란 외교장관 아락치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이란도 멈추겠다고 말했으나 이스라엘은 공격 강도를 더 높이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대결 정국이다.
확전으로 유가급등 땐 세계경제에 부담
양측의 상호타격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 세계경제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다만 미국의 중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도 곧 평화가 올 것”이라며 중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협상해야 하고 합의를 이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중재를 위한) 많은 통화와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