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정벌’ 출발지 ‘두모포’를 아시나요

2025-06-17 13:00:07 게재

성동구 뮤지컬공연 연계

600주년부터 기념 잔치

한낮을 달구던 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 경의선 전철이 달리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역 하부 한강공원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주민들이나 한강변을 달리는 자전거족만 보이던 너른 공간이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하다. 한강으로 해가 떨어질 즈음 취타대가 군중들 사이로 행진하더니 정원오 구청장이 단상에 올라가 큰 북을 두드린다. 지금으로부터 600여년 전인 1419년 5월 18일 있었던 ‘두모포(豆毛浦) 출정식’을 재현한 참이다.

17일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출정식 600주년이 되는 지난 2019년부터 재현 행사에 음악을 더한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날짜는 출정식 날인 음력 5월 18일 즈음 주말로 정한다. 옥수역과 경의선 철길, 강변북로 하부 공간도 이날만큼은 새롭게 탈바꿈한다. 지난 14일 ‘2025 두모포 뮤지컬 페스티벌’에는 1만여명이 몰렸다.

두모포는 조선 수군의 주요 집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5세기 초 일본 규슈와 쓰시마(대마도)를 근거지로 한 왜구가 남해안 일대를 빈번하게 약탈했다. 세종이 이종무 장군을 필두로 한 수군에게 대마도 정벌을 명령한 뒤 상왕(태종)과 함께 두모포 백사장에 거동해 장수 8명과 군사 700명을 격려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에 남아 있다.

성동구는 이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축제로 승화시켰다. ‘두드려라 모여라 포용하라’는 부제도 붙였다. ‘과거를 두드리고 사람과 사람을 모으고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화합의 장’을 의미한다. 정원오 구청장은 “성동구는 대중가요 일색을 탈피해 각 축제를 다양한 예술분야로 특화하고 있는데 두모포는 ‘두드려라’는 부제에 맞게 기존과 다른 시도를 하고자 했다”며 “야외라는 공간적 특성, 옥수·금호지역 특색에 맞춰 뮤지컬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원오 구청장이 지난 14일 두모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무대 밖으로 나온 최정원 배우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출정식부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다. 전통 취타대 행진과 무용극, 북 연주에 엘이디(LED) 영상으로 600년 전 역사를 재현했다. 이어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해 세가지 부제에 걸맞은 음악을 선보였다. 1세대로 꼽히는 최정원 배우부터 뮤지컬계 기대주로 손꼽히는 카이 배우 등이 관객들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구 관계자는 “열린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 관객들이 음악을 즐긴다는 취지에 배우들도 공감해 매년 최정상급 공연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정원오 구청장이 지난 16일 두모포 뮤지컬 페스티벌을 찾은 어린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축제장 한켠에서는 지역 공방과 소상공인이 수공예품과 먹거리로 주민들 발길을 붙들었다. 성동구 주민은 물론 인근 용산구와 강 건너 강남구, 멀리 관악구 등에서 찾은 시민들은 제각각 형태로 축제를 만끽했다. 주 무대 앞에 자리잡은 관객들은 뮤지컬과 인기 배우들에 몰입했고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음악에 귀를 열어놓은 채 공예품과 먹거리를 즐기는 주민들도 많았다. 가족단위 방문객은 아예 밤소풍을 즐겼고 한강변을 달리다가 음악소리와 관객들 환호에 멈춘 자전거도 줄을 이었다. 성수동 주민 김만순(58)씨는 “축제가 생기면서 두모포의 존재와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됐다”며 “시원한 야외에서 자연과 함께하는데다 매년 새로워지고 있어 주민들 호응이 크다”고 전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600여년 전 태종과 세종이 대마도 출정의 깃발을 들었던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가 깊다”며 “성동구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축제로 승화시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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