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무기 개발, 명확한 증거 없다
IAEA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 정황 없어”
전문가 “무기화하는데 수개월 걸릴 것”
이란이 핵무기 개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국제 전문가들과 미국 정보당국이 일제히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의 첫 공습이 시작되던 시점에 “최근 이란은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조치들을 취했고, 이는 고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 핵 및 미사일 시설을 겨냥해 이뤄졌으며, 이는 네타냐후가 오래전부터 경고해온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는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 정보당국은 여전히 이란이 핵무기를 제작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이란의 대표적인 농축시설인 나탄즈와 포르도에 대해 정기적으로 사찰을 이어왔으며, “현재 진행 중인 은닉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지난달 보고서에서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우라늄을 최대 60%까지 농축하고 있으며, 이는 무기 수준인 90%에 근접한 수치다. 지난 5월 IAEA는 이란의 60% 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400kg을 넘어섰다고 밝혔으며, 이는 추가 농축 시 핵무기 10개 분량에 해당한다.
하지만 켈시 데이븐포트 군축협회 국장은 “이 우라늄을 실제 핵탄두로 전환해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기술적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핵무기화는 단순한 농축 이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란은 과거 2003년까지 초기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이후 이를 중단했으며 2015년 미국 등과 핵합의(JCPOA)를 체결하며 핵활동을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이후, 이란은 고급 원심분리기 개발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한 상태다. 다만 이란은 지금까지 “핵무기는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켈시 데이븐포트는 “이란이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직접적 위협은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란이 IAEA의 사찰을 피할 수 있는 비밀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크라이시스 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수천 개의 고급 원심분리기를 생산했으며, 그 위치에 대한 IAEA의 파악이 불완전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바에즈는 “이란은 지금 미국을 직접 자극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핵무기 선언은 이란의 외교적 입지 회복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란이 ‘임계점(threshold)’ 국가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무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켈시 데이븐포트는 “지식을 폭격으로 없앨 수는 없다”며 “이란은 언제든 핵 인프라를 복구할 수 있으며, 오히려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