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UN 사회권규약 이행 거짓보고”

2025-06-17 13:00:28 게재

손잡고·금속노조·금속노련 “노란봉투법 거부권 은폐” … 고용부 “허위작성·사실은폐 아니다” 반박

윤석열정부가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에 대해서 노동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정부보고서를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규약위원회(사회권위원회)에 제출한 것이 확인됐다.

손잡고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실과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정부 UN 사회권규약 이행 거짓 보고, 노조법 2.3조 거부권 은폐 규탄 및 정부보고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잡고는 노조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처벌 및 손해배상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 유엔(UN) 사회권규약을 비준했다. 노동·경제·사회 등 전 분야를 망라하는 사회권규약은 노동권·노동조합권 등을 다루는 국제협약으로 당사국은 8년 주기로 규약 이행과 관련한 정부 보고서를 유엔사회권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잡고는 2023년 12월 31자로 발행된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5차 국가보고서’(5차 정부보고서)가운데 노동부문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과 관련있는 제6조 노동할 권리, 제7조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에 관한 권리, 제8조 노동3권 부문을 집중 검토한 의견서를 작성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실에 각각 전달했다.

2017년 10월 발표한 유엔사회권위원회는 최종 견해는 노동할 권리, 노동3권 부문을 살펴보면 노란봉투법에서 논의한 노조법 2·3조 개정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윤 정부는 보고서 제출기한인 2022년 10월 31일보다 1년을 넘긴 2023년 12월 31일에야 5차 정부보고서를 제출했다.

사회권위원회 최종견해 제29에서는 △노동법이 파견노동자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도록 할 것 △사용자의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포함하여 입법 및 규제조치를 취할 것 △근로감독을 통해 비정규직 남용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것을 권고했다.

파업권 부문에 대해 권고한 최종견해 제38·39에서는 “합법파업의 요건을 완화하고 필수서비스의 범위를 엄격하게 규정해 파업권이 효과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당사국이 파업권 침해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에 대해 이루어진 보복조치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서 ‘보복조치’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5차 정부보고서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제외한 “파견, 하청 근로자들이 모두 노동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손잡고는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 과정동안 윤 정부는 논의에서 ‘노동자 정의’ 조항에 대한 논의를 여러 차례 반대했으며 정부의 입법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노동자성’에 대한 부문은 배제했다”며 답변에 거짓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노란봉투법 논의에서 ‘합법적 파업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과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등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에 대해서도 “윤 정부는 논의를 여러 차례 반대했고 끝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입법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손잡고는 “유엔사회권위원회는 ‘합법 파업의 요건을 완화’하라고 했는데 정부는 ‘정당한 파업이면 보호하고 있다’는 식으로 사회권위원회 권고에 어긋난 답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유엔사회권위원회의 최종견해는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법을 적용받고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제도적 노력’과 함께 ‘독립적 조사 실시’와 같이 정부가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도록 주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윤 정부는 성실히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노동법 적용을 위한 ‘입법 거부’를 은폐하고 정부차원의 독립적인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거짓을 담은 내용을 보고서에 실었다”고 지적했다.

엄상진 금속노조 사무처장도 “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받은 470억원 손배는 무엇입니까. 하청 노동자는 지금도 원청과 교섭하지 못해 싸우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입니까.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왜 두 차례나 거부한 것입니까”라며 노동현실을 은폐한 윤 정부를 규탄했다.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는 국민과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유엔의 권고 이행을 외면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구조적으로 침해하는 현실을 감추는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정부는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할 실질적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주영 국회의원은 “유엔사회권위원회 권고는 각 분야의 한국사회의 인권 척도가 국제규범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윤 정부의 거짓 보고서로 심의가 잘못 판단돼 대한민국의 노동권과 인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소상히 들여다보고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한국정부는 이행보고서를 통해 권고 이행을 위한 노력 및 한국의 상황 등에 대해 성실히 설명한 것으로 보고서를 허위작성 하거나 사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다”며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은폐관련, 정부보고서는 2023년 10월까지 상황을 반영해 제출한 것으로 당시 거부권 행사는 그해 12월에 있었으므로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은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노동조합법은 하청근로자 등 고용형태와 관계 없이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자까지 사용자를 확대하는 것은 노사관계 관행 및 법리적 문제 등 다수의 쟁점과 연관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