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미 세법개정안 899조 저지 총력
NYT “복수세 도입되면 미국 자본유출 우려”
미국 트럼프정부와 여당인 공화당이 추진중인 세법개정안이 외국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대폭 증가시키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글로벌 기업 로비단체들이 법안 저지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로비단체인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BA)’ 조너선 샘포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분명히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유치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GBA에는 유니레버와 로레알 USA, 미쉐린 등 미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난주 70개 이상 회원사가 워싱턴 DC를 찾아 직접 의원들을 설득했다. GBA는 “해당 조항으로 미국에서 7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00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899조는 미국 기업에 불리한 대우를 하는 국가들의 기업에 대해 ‘보복성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리벤지 택스(revenge tax)’로 불리는 이 조항은 세율을 최대 20%p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체결된 ‘글로벌 최저 법인세(Global Minimum Tax)’ 합의를 준수하는 국가나 미국 기술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이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바이든정부가 체결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15%)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며, 미국 우선주의 세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조항에 대해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리서치 회사 ‘캐피털 알파 파트너스’의 제임스 루시어 이사는 “무역전쟁과 관세로도 이미 달러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줄었는데, 이 조치로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지금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겹쳐 있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NYT는 “미국의 높은 정부부채 수준과 더불어 외국자금 유출은 미국채 금리 상승(수요 감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 증권사 ‘파이퍼 샌들러’의 돈 슈나이더 부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의 미국 회귀를 의미하는 ‘온쇼어링’을 장려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을 처벌하겠다는 건 그 목표와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개정안 899조는 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의 약 80%를 차지하는 광범위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해당 조항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 1160억달러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는 배당금과 임대료, 로열티 등 포트폴리오 투자 소득을 예외로 둘 것을 요구했다. ICI는 미상원 재무위원장 마이크 크레이포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899조가 통과되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빠르게 매각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기업과 투자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정부는 디지털세 문제와 글로벌 조세 갈등을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다루고 있다. 세제 개편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하원에서 “이건 복수세가 아니라 재정확충 법안”이라며 “대부분의 반발은 외국 기업들에서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