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앞 결집한 친윤, 결사항전 예고…쇄신 뒷전
원내대표 경선서 친윤 송언석 60표로 ‘압승’
“특검 맞서 당사 사수 투쟁 벌일 것” 우려도
김용태 위원장 ‘5대 개혁안’에는 ‘거리두기’
3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의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친윤(윤석열)이 다시 한 번 강하게 결집했다. 친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민의힘 지도부를 재장악한 것이다. 친윤은 향후 전개될 특검 정국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결사항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쇄신 과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실시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윤 송언석 의원이 전체 의원(107명)의 절반을 넘는 60표를 얻어 당선됐다. 친한 김성원 의원(30표)과 무계파 이헌승 의원(16표)을 압도했다. 계엄→탄핵→대선 패배를 거치면서도 친윤이 여전히 당내 최대 세력임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이다. 지난해 말 실시된 직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윤 권성동 의원이 74표를 얻어 친한이 지원한 김태호 의원(34표)을 압도한 바 있다.
특검 정국을 앞두고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윤이 강한 결집세를 보인 건 향후 특검 수사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특검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윤핵관, 친윤 의원들을 겨냥한 포위망을 좁혀올 때 제1야당이란 방어막을 앞세워 저항할 것이란 예상이다. 친한(한동훈)으로 꼽히는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해 “(친윤은) 내란 특검에 맞서 압색(압수수색) 시 당사 사수투쟁을 하고 아스팔트에서 전광훈 집단과 힘을 합쳐 야당 탄압 반대 범국민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며 삭발식과 릴레이 단식을 시행한다”는 예상 시나리오를 내놨다.
일부 의원은 ‘특검 협조’를 주장해 다른 기류를 내비쳤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우리가 떳떳해야 남을 비판할 수 있다. 털고 갈 것은 과감히 털고 가야 한다”며 새 원내대표가 특검 진행에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안 의원은 특검 수사를 국민의힘의 쇄신 기회로 삼자는 주장인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경선 전부터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과정 당무감사 추진 등 개혁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는 6월 30일까지다. 2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결국 김 비대위원장과 친한이 요구하는 당 쇄신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송 원내대표는 ‘5대 개혁안’ 중 하나인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전대는 조기에 하자는 의원들의 견해가 많았다. 특별한 반대가 없으면 조기에 전대를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8월 중 전당대회가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친한에서는 친윤이 전당대회를 수용하더라도, 또 다른 ‘꼼수’를 쓸 것으로 본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려할 것이란 의심이다.
만약 ‘한동훈 대표행’을 막지 못하더라도 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친윤 최고위원들의 견제를 통해 대표의 존재감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 일각에서는 집단지도체제 전환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야권 차기주자로 꼽히는 한 전 대표에게도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말 비대위원장으로 당에 들어온 이후 ‘반윤’ 기치를 내걸고 나름의 지지층과 친한세력을 구축했지만, 경선에서 드러났듯 아직 소수 비주류에 머물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16일 “한 전 대표가 제대로 차기를 준비하려면 자신만의 확고한 비전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규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