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이스라엘에 ‘휴전·협상’ 긴급 요청

2025-06-17 13:00:42 게재

“미국 개입 중단 땐 핵 협상 복귀”

이스라엘은 공세, 대화로 선회 주목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휴전과 협상재개 의사를 다급히 전달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오만, 카타르 등 걸프국을 통해 미국에 “이스라엘 공격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의 핵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향후 중동정세가 외교적 해법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아랍 중재국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핵 협상에서 일정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중재국 외교관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거나 중대한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이란 6차 회담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산됐다.

이란은 또 이스라엘에도 “공격 억제가 상호 이익”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과 군사 지도부를 향한 공격을 지속중이며, 휴전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란 수도 테헤란 상공까지 자유롭게 진입하고 있으며, 이란의 반격은 제한적 수준이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의 완전한 무력화를 목표로 공습 작전을 준비 중이며 최소 2주간의 공중전이 예상된다. 이번 계기에 이란의 전략자산과 군 지휘체계를 무력화하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도 타격을 입히겠다는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핵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약 1만5000기의 원심분리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포르도 핵시설은 피해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대응 공습과 함께 핵 개발 가속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번 무력충돌로 이란은 민간인을 포함해 224명의 사망자를 기록했고, 이스라엘에서도 24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양국은 서로의 에너지 시설과 방송국 등을 공격하며 긴장을 키웠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방송센터가 파괴됐다. 이스라엘은 방송센터가 군 통신 기지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란은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면서 “너무 늦기 전에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란이 협상 복귀를 위해 미국에 접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중동정세로 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하나의 핵무기도 가질 수 없다고 누차 말했다. 모두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라고 썼다.

중동 주변국들도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사우디 오만 등 20개국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고 긴장완화와 휴전, 핵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핵 합의가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하며 미국과 이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중동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다만 이란이 국제사회에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마지막 외교의 창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력충돌에서 대화로 선회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재철 기자·캘거리=김형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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