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절차 어기고 카톡으로 비공식 작업지시”

2025-06-18 13:00:05 게재

태안발전소 사망사고 대책위 공개 … 경찰·고용부, 유의미한 자료 확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2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씨가 수시로 한전KPS로부터 무리하게 비공식적 작업을 의뢰받은 사실을 뒷받침할 카카오톡 대화가 추가 공개됐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17일 공개한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김씨가 ‘가공과정에서 시행착오나 공차가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자 한전KPS 직원 A씨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감독과 협의했고 감독이 책임지기로 했다’며 설득했다.

결국 작업을 수락한 김씨는 ‘정식 작업지시 업무절차를 지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사 당국이 대화에 나온 ‘감독’이 원청인 서부발전 소속인지, 한전KPS나 다른 하청 소속인지 그 신원과 지시 권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김씨가 평소 작업에 필요한 공구·물품 등까지 한전KPS측에 문의하는 대화 내용도 확인했는데, 이는 한전KPS가 기계공작실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전날에도 한전KPS측이 김씨에게 정식 작업요청이 아닌 카카오톡이나 구두로 작업을 지시해왔다며 관련 증거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이날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의 범용 선반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공개하고 “계약서를 보면 ‘을(한전KPS)은 임차 공기구의 안전 관리에 주의하고, 갑(서부발전)의 지시에 따라 을의 비용으로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서부발전도 사망사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서부발전이 작업 오더를 내리고, 한전KPS가 이걸 받아 한국파워O&M에 직접 지시한 뒤, 한전KPS가 내부 시스템을 통해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대책위에서 모으는 증거 자료들을 모아 원청인 서부발전을 고발할 예정이며 서부발전이 처벌받는 것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17일 14시간 이상 한국서부발전 본사와 한전KPS 본사, 한전KPS 태안사무처, 한국파워O&M 작업 현장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김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1차 하청업체이자 원청인 한전KPS와 김씨가 속했던 2차 하청업체(한국파워O&M) 관계자를 입건했다.

발주처인 서부발전 관계자 입건 여부는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직접적인 사고 원인뿐만 아니라 사망사고에 영향을 준 작업 환경의 구조적인 원인까지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발주처인 서부발전과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 2차 하청업체 한국파워O&M 간 계약 관계와 김충현씨의 근로계약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 문서화돼 있는 작업 가이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전KPS측의 작업 지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전KPS의 간접적 혹은 실질적인 작업 지시 정황을 확인하는 등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원·하청 고위직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재해자 작업에 대해 서부발전과 한전KPS의 작업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2인 1조 작업 여부, 끼임 방지를 위한 방호장치의 설치 여부 등 법 위반 사실을 밝히기 위한 증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경영 책임자(서부발전 사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보호 관리 책임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현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쯤 태안화력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길이 약 40㎝, 지름 7~8㎝ 쇠막대를 ‘CVP 벤트 밸브 핸들’로 절삭 가공하는 작업을 하다 공작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그는 서부발전 태안화력의 1차 정비 하청업체인 한전KPS의 재하청을 받은 한국파워O&M 소속으로 사망 당일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에 관해 “머리·팔·갈비뼈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이라는 구두 소견을 내놨다. 정밀 부검 결과는 추후 나올 예정이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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