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스템임플란트 ‘집단소송’ 허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소송 제기 30개월만
2천억원 횡령 ··· 승소 시 피해자 일괄 배상
법원이 2215억원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오스템)를 상대로 제기된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대해 허가 결정을 했다. 소송 제기 30개월 만의 결정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주진암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오스템을 상대로 대표당사자 김 모씨가 제기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대해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 소송 허가를 결정했다.
앞서 오스템에서는 2021년 12월 당시 재무팀장 이 모씨가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건으로 2022년 1월 오스템 주식거래는 중단됐고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같은 해 4월 거래는 재개됐지만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 조치에도 가격은 급락했다.
김씨 등은 2022년 12월 오스템을 상대로 주주 손실을 보상하라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 등 원고는 당시 오스템 사업고보서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보고 누락은 없다고 기재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소장에서 “2020년 서류에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해 허위 기재나 표시가 있었다”며 “오스템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우선 1억원을 청구했다.
피해자 범위는 2021년 3월 18일~2022년 1월 3일 주식을 매수했다가 2022년 1월 3일~9월 5일 사이 매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한 사람으로 정했다.
김씨측은 “소송 허가신청 단계에서 집계한 피해자수는 1만6138명으로 만약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면 해당 기간 오스템 주식을 매수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 모두가 1억원씩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본안소송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스템측이 이 결정에 불복해 항고와 재항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2215억원이라는 대규모 횡령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공시한 점이 쟁점이 될 전망”이라며 “결과는 기업의 공시 책임과 투자자 보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의 근거가 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상장회사 허위공시, 회계부정 등으로 피해를 입은 다수의 투자자가 효율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하려고 제정됐다. 판결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따라서 일반 소송과 달리 심사를 통해 법원의 소송 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본안소송이 진행된 것은 10여건밖에 되지 않는다. ‘씨모텍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씨모텍(상장폐지) 주주 185명이 DB금융투자를 상대로 2011년 집단소송 허가신청을 냈지만 손해액의 10%인 14억55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최종 확정판결은 2020년 2월에 났다.
송 변호사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시작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빠른 시간에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요건을 줄이는 등 제도·법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