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로 다른 마약 투약 “재활교육 대상”

2025-06-18 13:00:03 게재

대법 “불능미수범도 마약류사범 해당” 첫 판례

착오로 다른 마약을 흡입해 해당 마약 투약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명령 부과는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9월 승용차에서 케타민으로 알고 ‘플루오로-2-옥소 PCE’를 투약해 케타민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법률 위반(향정)죄의 미수에 그쳤다.

케타민 투약의 경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플루오로-2-옥소 PCE 투약의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인정되는 범죄사실은 투약 미수와 매수 뿐이고, 투약에 대해선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며 이수명령은 부과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징역 2년을 유지하고, 추가로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다. 항소심은 “향정신성의약품인 플루오로-2-옥소 PCE를 스스로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함으로써 마약류에 직접 노출된 사람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인은 이수명령의 대상이 되는 ‘마약류사범’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마약류 투약 미수범에 그친 A씨에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 대상이라는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다는 고의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대상의 착오로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해 마약류관리법 위반죄의 불능미수(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미수범)가 성립하는 경우, 그 불능미수범은 마약류의 중독성으로 인한 재범 가능성을 고려한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의 필요성 측면에서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등으로 인한 마약류관리법 위반죄의 기수범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 나목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케타민)을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다는 고의로 같은 호 가목(플루오로-2-옥소 PCE)이 정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은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의 대상인 마약류사범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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