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난 지 보름…쇄신 갈피 못 잡는 국힘

2025-06-18 13:00:03 게재

혁신위냐, 당원투표냐 이견

전대까지 쇄신 제자리 관측

6.3 대선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쇄신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1야당이 쇄신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국정주도권 탈환은 점점 어려워진다.

18일 국민의힘은 쇄신안을 놓고 갑론을박만 반복하고 있다. 12.3 계엄→윤석열 탄핵→6.3 대선 패배로 이어지면서 “쇄신하자”는 요구가 폭발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쇄신 논의의 출발점으로 꼽혔던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윤 송언석 의원이 압승을 거두면서 쇄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 원내대표는 17일 “당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쇄신을 위해 혁신위 구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이미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무감사에 대해선 “혁신위에서 논의하자”며 책임을 미뤘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계엄→탄핵→대선 패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친윤의 ‘부적절한 행태’를 바로잡자는 의도로 읽혔다. 송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쇄신안을 곧바로 실행하지 않고, 혁신위로 넘기면서 추진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친윤은 탄핵을 반대하고 김문수 후보를 교체하려했던 자신들의 행태를 규명하고 바로잡으려는 김 위원장의 쇄신안을 강하게 반대한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송 원내대표가 자신의 쇄신안을 혁신위로 미루자, 자신의 제안을 당원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을 거듭 내놨다. 김 위원장은 송 원내대표가 주장하는 혁신위는 자신이 임기(6월 30일)를 마친 뒤에나 논의하라고 반박했다.

송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재선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는 “혁신위를 원내기구로 하면 어떠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구성 권한을 가진 김 위원장을 ‘우회’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혔다. 다만 다수 의원들이 반대해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송 원내대표가 당원투표와 혁신위 구성으로 의견이 엇갈려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 임기 만료까지 국민의힘 쇄신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물러나면 송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겸직하면서 자신 뜻대로 혁신위를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송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혁신위가 김 위원장의 쇄신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국민의힘의 본격적인 쇄신 논의는 8월 전당대회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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