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쓰레기산 대림동’ 주민들이 바꾼다

2025-06-19 13:00:06 게재

영등포구 ‘대동단결 청결지킴이’ 100명 참여 낡은 주거지 재개발하고 생활 편의시설 확대

“담배꽁초 버리지 말라고 하면 ‘대림동에서 담배 안피우면 어디서 피우냐’고 타박해요. 중국 사람들이 문제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도 똑같은 거 같아요.”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중국 동포 허순옥(61)씨는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중앙시장까지는 너무 지저분하다”며 “주민으로서 화가 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웃 주민 윤영실(54·대림1동)씨도 “노인들도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건 똑같다”고 맞받는다. 허씨와 윤씨는 ‘지저분한 동네에 산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거리 청소를 자처했다.

19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범죄도시’나 ‘쓰레기 산’으로 비유될 정도로 거리환경이 열악한 대림동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주민 100명이 뭉쳤다. ‘대동단결 청결지킴이’는 ‘대림동을 단정하고 청결하게’ 만들겠다고 나선 주민들이다. 구는 지난 14일 발대식을 열고 주민들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영등포구가 대림동 거리환경 개선을 위해 주민 100명이 참여하는 대동단결 청결지킴이를 발족했다. 발대식에서 최호권 구청장과 지킴이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대림동은 중국 본토에서도 대림중앙시장과 대림역이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비율이 높다. 대림1·2·3동 전체 주민 중 10.8~25.2%나 되는데 단기 체류자도 다수 몰리고 있다. 좁은 골목이 많은 탓에 무단투기가 빈번한데 언어장벽과 생활환경 차이로 인해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중앙시장 입구에 이르는 구간은 불법 적치물과 광고물, 무허가 거리가게와 입간판 등이 난립해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 대림동 전체 교통사고 30%가 발생한다.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던 영등포구는 올해 ‘대동단결 청소정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중앙시장에 ‘청소 현장사무실’을 마련하고 구 청소과장이 매일 출근해 골목을 순찰하며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대림1·2·3동에 청소 전담인력을 2명씩 배치했다. 기존에는 구 전체를 6개 권역으로 나눠 야간에만 쓰레기를 수거했는데 대림동은 주간과 주말에도 치우겠다는 의지다.

주민들 역할이 크다. 청결지킴이는 주기적으로 동네 청소를 하는 동시에 이웃들에게 동참하도록 홍보하는 역할도 맡는다. 최 구청장은 “행정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주민과 상인, 거주 외국인 모두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범식 전 한달여 활동했는데 주민들은 벌써 효과를 체감한다. 윤영실씨는 “조끼를 입고 홍보활동을 하니 쓰레기를 들고 나오다가 되돌아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허순옥씨도 “동포들도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지역과 함께해야 한다고들 얘기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변화도 한창이다. 대림1구역에는 최고 35층 11개 동에 달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저층 주거지와 반지하 주택이 밀집된 대림3동 796번지 일대는 최고 30층 건물 9개 동으로 바뀐다. 옛 비와이시(BYC) 부지에는 최고 37층 쌍둥이 빌딩이 예정돼 있다.

구 차원에서는 주민들 여가·문화를 위한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대림3동유수지에 종합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고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와 대림1동주민센터 등에는 실내 파크골프장을 확충한다. 지난해 대림3동에 원지공원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대림도서관은 보수공사를 해 재개관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주민과 함께 거리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정비와 생활 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대림동 일대가 새로운 도심 활력지로 재탄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