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몰린 외국 채권자금, 아시아 유입 1위
신흥시장 ‘환율 효과’에
수익률 기대감 확산때문
약달러·금리정점 인식에
글로벌 투자자들 몰려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을 떠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 채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특히 올해 3~5월 사이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가 약 200억달러에 달하며, 주요 아시아국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 흐름이 겹치며 이머징 마켓(EM) 채권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외국인 자금 유입의 대표 사례로 기사에서 집중 조명됐지만, 실질적인 유입 규모 기준으로는 한국이 단연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3월 약 39억9000만달러, 4월 79억1000만달러, 5월 82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돼 석 달간 총 201억달러에 달하는 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0.7억→23.7억→31.5억달러)나 인도네시아(9억→-14억→1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채시장이 비교적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높으며, 환율 안정성과 금리 인하 여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티그룹 아시아 남부 시장 총괄 수 리는 “태국,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를 앞두고 수익률을 먼저 챙기려는 움직임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정책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내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한 자금 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비교적 견조한 링깃화 가치와 탄탄한 실질금리, 그리고 상대적인 정치·재정 안정성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0년물 국채 기준 미국 국채보다 약 2%포인트의 금리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으나, 정부 재정지출 확대와 대선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여전히 투자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태국은 기준금리가 이미 정점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5월 한달 동안 약 536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수익률이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최하위권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관세 정책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을 과열로 보기보다 정상화 과정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 클라우디오 피론은 “지난 5년간 아시아 지역 채권시장으로의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은 사실상 ‘텅 빈 들판’ 수준이었다”며 “따라서 최근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과잉이라기보다 정상화 과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LSEG 리피니티브와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 및 채권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아시아 지역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약 340억달러로, 2016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최대 수준이다. 달러 약세와 미 금리 하향 안정 기대가 겹치며 아시아 채권시장이 다시금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권 안으로 복귀하고 있는 셈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