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돼도 ‘친명’인데…1년짜리 대표 경쟁에 쏠린 눈
차기 민주당 대표 경선 … 정청래·박찬대 구도 전망
지방선거 공천권 넘어 ‘포스트 이재명’ 기대할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 2일 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직 잔여임기(1년)를 잇는 보궐선거지만,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과 다음 대표직 연임 도전도 넘볼 수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정청래 (4선)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박찬대(3선) 의원 구도가 점쳐진다. 모두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로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로 누가 되든 ‘친명’ 지도부로 기존 당정 관계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의 1년 호흡 이후 ‘포스트 이재명’이란 정치적 위상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편’의 맥빠진 경선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8월 2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 1명을 선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대표직과 김민석 전 수석최고위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공석이 된 최고위원도 함께 뽑는다.
7월 10일까지 후보자를 등록한 후 7월 19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7월 20일 영남 △7월 26일 호남 △7월 27일 수도권(경기·인천) 등 권역별 경선을 한 뒤 8월 2일 서울에서 전당대회(강원·제주경선 포함)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결정한다.
당 강령에 따라 대의원(15%) 권리당원(55%) 투표 결과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30%)의 비중을 반영한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안심번호를 통해 여론조사 기관 2곳이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에 선출된 당 대표 임기는 내년 8월까지 1년여에 불과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후 대표직 연임에 성공하면 2028년 총선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 여하에 따라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르는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당 안에서는 정청래-박찬대 구도를 전망한다. 3자 출마 가능성도 있지만 양자 구도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정청래 의원이 선수를 쳤다. 그는 지난 15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면서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이 구체적인 전당대회 일정을 정하기도 전에 포문을 열었다. 스스로 정치적 강점으로 내세우는 ‘신속한 대응’을 내세워 당심 확보 경쟁을 서두르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1기 대표 시절 수석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쟁점법안 처리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 등이 높다.
박찬대 의원도 곧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2일 원내대표 고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이번 주말쯤 대표 출마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당 지도부로 활동하고 특히 2기 지도부에서 원내대표로 활동하며 호흡을 맞췄다. 대표 권한대행을 수행하며 민주당 의원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대중성에선 정 의원이, 내부 친밀도에선 박 의원이 각각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당원이 중심이 돼 선출하는 대표라는 점에서 정 의원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은 “대통령과의 호흡이나 당 과의 소통 측면에선 박 의원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박 의원은 정부여당의 안정감 있는 협력 면에서, 정 의원은 개혁입법 등 국정 동력 측면에서 각각 장점이 있는 인물”이라면서 “서로 거친 표현 등을 자제하며 장점 위주 경쟁을 펼친다면 유의미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안에서 ‘찰떡 호흡’을 과시했던 ‘찐명’의 구도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쟁점 법안을 처리하며 “정청래 생각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도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박찬대가 대표가 돼도 괜찮다”면서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양자구도로 대표경선이 진행된다고 해도 경선 후유증 등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쟁이 과열될 경우 내부 분열적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상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정치적 공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호남권 한 중진의원은 “당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지도부의 색깔과 흐름이 크게 좌우된다”면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선거의 1차 목표는 승리”라고 말했다. 실제 경쟁이 벌어지면 공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의원을 돕고 있는 양문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들 사이에 격렬한 비난만 난무하고, 서로 배제의 언어가 오가는 상황이 어제오늘의 현상”이라며 당내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