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쪼개기’ 내부에선 영국 사례 들며 ‘부정적’

2025-06-20 13:00:21 게재

익명게시판에 보고서 올려 영국 상원 ‘중복 규제’ 지적 “다양한 취약점, 신중해야”

정부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금융권의 주요 관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 별도 기관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다.

최근 금감원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영국 상원 금융서비스 규제위원회가 이달 13일 내놓은 금융감독체계 전반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 ‘성장통 – 명확성과 문화 변화의 필요성’을 정리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쌍봉형 감독체계(금융규제 감독 기능을 2개로 분리)를 먼저 도입했던 영국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도 쌍봉형 모델이 (마냥 장점만이 아닌) 다양한 취약점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며 “이제 우리의 모델을 결정할 때 이러한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충분히 살펴보고 신중히 결정해 나가는 것이 우리 금융사와 금융시장 그리고 금융소비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쌍봉형 감독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정리해서 올린 것은 금감원 내부의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당초 FSA라는 통합형 금융감독기구를 설립·운용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문을 닫았다. 이후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융행위감독청(FCA)과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감독청(PRA)으로 구성된 ‘쌍봉형 금융감독시스템’을 2012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쌍봉형 모델이 중복규제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감독기관들이 요구하는 중복적이며 심지어는 모순되기까지 한 요건들이 금융사의 영업을 어렵게 하고 심지어는 핵심적 제도개선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FCA와 PRA로부터 고위 경영진 임명이나 지배권 변경을 각각 승인받아야 하고 이러한 중복적 규제로 시간과 행정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또 감독기관 간 중복된 권한으로 영국의 오픈뱅킹(Open Banking) 발전이 크게 지연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함께 FCA와 PRA의 경쟁적 감독영역 확장이 문제가 됐다. FCA와 PRA가 (핵심업무가 아닌 영역으로) 각각 자신들의 감독범위를 상당히 확장시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금융기관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중첩 업무확장을 통해 FCA와 PRA 예산과 인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부담은 갈수록 증가한다”며 “규제준수를 위해서 영국 금융회사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어 영국에서 ‘금융업 하기’는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 별도 기구를 설립하면 영업행위감독을 수행하는 FCA와 비슷해질 것”이라며 “그럼 결국 영국처럼 건전성감독기구와 분리된 쌍봉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보호기능 분리·독립에 대해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그만큼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내부의 관심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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