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한국 증시, 외국인 투자 접근성 여전히 제약”
공매도 평가 ‘-’ 에서 ‘+’로 상향 조정했지만
외환시장 개방 등 제도 개선 효과 검증 필요
선진국 지수 편입 ‘관찰 대상국’ 등재 미지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에 대해 외국인의 투자 접근성이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평가는 ‘마이너스(개선 필요)’에서 ‘플러스(큰 문제 없음)’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개방 등 제도 개선 효과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오는 25일 예정된 시장 재분류 발표에서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등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마이너스 항목 아직 6개…배당 절차 개선 기업 소수에 불과 = 20일 MSCI는 연례 시장 접근성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 3월 한국 증시의 공매도 거래가 재개돼 공매도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며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계속해서 발전 상황을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MSCI의 연례 시장 접근성 평가 보고서에서 공매도 접근성 항목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다른 항목은 작년과 비슷한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 증시의 ‘마이너스’ 항목은 여전히 6개다.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 및 결제 △투자 상품의 가용성 △이체성 등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MSCI는 한국 시장에 대해 배당 절차의 변경, 외환시장 개방, 영문 공시 확대 등 외국인 접근성 확대를 요구해 왔다.
MSCI는 “한국에서는 지난 2023년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 발표 이후 RFI(해외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 허용, 거래 시간 연장 등의 조치가 시행됐고 올해 초 추가 인센티브를 도입했다”면서도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에는 여전히 운영상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옴니버스 계좌 및 장외거래(OTC)의 활용이 제한적이며, 여전히 역외 외환시장이 없고 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는 RFI 경상거래 허용과 외환전선망 보고 의무 완화, 선도 RFI 제도 등을 추가 실시했다. 하지만 역외 외환시장은 허용하지 않았다. 역외 기관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는 원화 결제를 못 하도록 하고, RFI 인가를 받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거래에 있어 현물환이 아닌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주요 선진국 외환시장과 차이가 있다.
배당기준일 이전에 배당액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한 배당 절차 개선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점도 꼬집었다.
MSCI는 “배당 절차 개선을 채택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주식시장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제한으로 투자상품의 가용성이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신흥지수에서 한국 비중 매년 감소 = 최근 국내외 투자기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를 비롯해 인베스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며 MSCI가 요구한 제도 개선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관찰대상국으로 등재될 경우 빠르면 2026년 편입 결정 후 2027년 실제 편입 수순을 밟게 된다. 시장에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외국인 자금 유입, 환율 안정 등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관찰대상국에 들어가면 2026년 중 MSCI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약 300억달러(약 41조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MSCI는 한국을 신흥국(EM) 지수로 분류한다. 경제 규모나 주식시장의 규모는 이미 선진국 수준인데 시장 접근성 부문에서 아쉽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선진지수로 간다고 반드시 자금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도 어렵다. 선진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기 때문이 인덱스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진국 편입은 꼭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외국인 자금 유입, 환율 안정 등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또 신흥지수에 남아있을 경우 중국과 인도 비중 확대, 베트남의 신흥 편입 등의 이슈로 한국 비중은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재 MSCI 이머징 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2013년 16%에서 작년말 9%로 추락했다. 대만, 인도의 약 절반이다.
한편 MSCI는 오는 25일(한국시간) 연례 시장 재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이때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면 가장 빠르게는 2026년 6월 편입 발표, 2027년 5월 말 실제 편입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등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장 접근성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