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도박사이트 250개로 40억원 ‘먹튀’

2025-06-20 13:00:03 게재

경찰, 조직 총책 등 19명 검거·송치

이용자 유인, 돈 쌓이면 ‘폐쇄’ 반복

가짜 도박사이트에 이용자들을 끌어들여 돈을 입금받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쇄하는 수법을 거듭해 40억원을 챙긴 사기조직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 조직,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기 조직 총책인 40대 A씨 등 19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A씨를 비롯한 10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으며 국외로 도피한 1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필리핀과 국내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이른바 ‘먹튀 도박사이트’를 운영, 이용자 334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A씨 일당은 미리 개인정보를 확보한 다수에게 ‘도박 사이트에 소멸 예정인 포인트가 남아있다’며 도메인 주소 링크와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 사이트 접속을 유도했다. 이용자들이 현금을 추가로 입금해 포인트나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고 게임에 베팅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용자들이 쌓인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 달라고 요구하면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출금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계좌 잠금 해제 비용 등 추가 입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전 지연에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계좌로 일정 금액을 보낸 뒤 ‘불법토토입금계좌확인’이라고 입금 내역을 작성해 협박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이 같은 방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이트를 2~3주 운영한 뒤 폐쇄하고 잠적했다가 이름과 도메인을 변경한 사이트를 새로 만들어 범행을 이어갔다.

이 기간 개설한 도박사이트는 250여개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 일당의 국내 은신처를 급습해 이들을 검거하고 전국에서 접수된 피해 신고 105건을 병합해 수사했다.

또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현금 등 총 24억5000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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