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자살예방 종합대책 만든다
건강심리 심층조사·세부용역 추진
청년 시선으로 해법 찾는 토론회도
서울시가 청년자살예방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청년 사망원인 1위이자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청년 자살문제에 대해 진전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청년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을 목표로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역과 별도로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심리조사, 해외사례 수집 등을 실시 중이다.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자살 생각 유무 등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청년의 시선으로 자살예방 해법을 찾는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당사자의 목소리와 제안에 기반해 체감가능한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다음달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토론회에는 100명의 청년이 참여한다.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이 삶에서 겪은 고립 단절 불안 자살위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갖는다. 숫자와 통계를 넘어 청년 스스로의 언어로 자신들이 겪은 문제를 공유하게 된다.
청년들이 직접 준비한 자살예방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도 갖는다. 실현가능성·공공성 등을 놓고 자유토론을 펼칠 예정이며 시 정책 실무진과 전문가가 함께해 제안한 정책의 실현을 도울 예정이다. 우수 정책은 현장에서 투표를 통해 선정하며 서울시 자살예방 정책에도 반영된다.
◆서울시 청년 자살률 매년 증가 추세 = 시가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청년 자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이 청년 사망 원인 1위가 된 지는 이미 오래지만 최근 그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청년 자살률(10만명당 자살사망자 수)은 지난 5년간 20대는 16.6명에서 19.1명으로 2.5명, 30대는 21.2명에서 24.3명으로 3.1명 증가했다. 자살에 이를 수 있는 전조증상들인 고립 은둔 외로움을 호소하는 청년들 숫자도 증가 추세다. 시 조사에 따르면 경·중증을 포함해 서울 청년 가운데 약 13만명이 고립 은둔 경험이 있다.
종합대책 가운데 일부는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청년 마음건강 증진 사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설립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고립·은둔 청년의 성공적인 사회복귀와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40개 기관과 협력해 54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지역사회를 통해 발굴된 청년은 총 1713명에 달한다.
마음건강 돌봄 사업은 대표적인 청년자살예방 프로그램이다. 지난 2년간 총 8만회 상담을 진행하는 등 서울 청년들 우울감과 외로움 완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청년들 특성을 감안해 대면 외 온라인 화상상담도 병행한다.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심리지원이 필요한 19~39세 청년들에게 간이정신진단검사, 기질·성격검사 등 과학적 진단을 진행한 뒤 맞춤형 상담과 후속관리를 한다. 지난해에만 1만74명 청년이 참여했고 참여 청년 가운데 자아존중감과 회복탐력성이 나아졌다는 응답이 각각 13%, 17%에 달했다.
청년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찾아내는 심리부검도 강화될 예정이다. 심리부검은 사망 후 가족·친지·친구 등을 인터뷰해 자살에 이른 구체적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살률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됐던 핀란드에서는 심리부검을 전국적으로 실시해 원인분석 및 대책 마련에 활용했고 자살률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청년 자살 문제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라며 “정책 수립 역시 당사자의 생각과 제안에 기반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