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만난 이 대통령, 야당 요구는 일단 ‘경청’만

2025-06-23 13:00:04 게재

22일 관저에서 국수 오찬 … 추경 협조 요청

총리 후보자 문제제기에 “본인 해명 보자”

상임위원장 재배분 “여야가 협상할 문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하며 ‘협치’ 시동을 걸었다. 전정부와 비교해 취임 후 상당히 빠른 시일 안에 야당 지도부와 만남을 가지면서 대화 물꼬를 튼 데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 없이 ‘경청’만 했다는 점에서 야당에선 ‘거부’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22일 이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1시간 45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오색국수를 메뉴로 이뤄진 이번 회동에 대해 우상호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에 격의 없는 대화를 시작하였다는 데 서로 의미를 부여했다”면서 “향후 이런 만남을 자주 갖기로 하고 정리했다”고 전했다.

야당 지도부는 이날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사실상 작심발언을 이어갔지만 이 대통령은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송 원내대표가 김민석 총리 후보자 관련해 “의혹이 사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사실상 지명 철회를 요구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 해명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여야가 대립중인 상임위원장 재배분 관련해선 “국회에서 여야가 잘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답변을 야당에선 ‘우회적 거부’로 해석했다. 송 원내대표는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간접적, 우회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야당과 정부, 여당이 협치를 위해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는 건 의미 있게 평가한다”면서도 “정부·여당이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을 모두 틀어쥐고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식사 한번 하면서 야당을 들러리 세운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뼈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선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하지 않겠냐”면서 “이제 한번 만났는데 서로 자주 만나면 신뢰를 쌓아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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