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오늘과 내일
이용자 욕구 맞춤형 실버타운 개발 시급
AI시대 맞춤·지역사회 정주 모델 개발해야 … “국가 산업 학계가 함께 해법을”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돼 2025년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들은 100년걸린 고령화를 25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 후 지역사회 내 온전한 거주공간으로서 주목되고 있다. 관련해서 지난 19일~21일 서울시니어스타워 주최로 전북 고창 웰파크호텔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니어스포럼’에서 노인 거주환경과 웰빙 등 주제로 강연과 토의가 이뤄졌다. 실버타운의 현재를 살펴보고 노인 친화적 주거환경 마련을 위한 전문가들의 대안 찾기를 살펴본다.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 정책의 추진과 더불어 맞춤형 실버타운 개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이사장은 “이젠 노인의 삶을 개인이나 복지시설만이 책임질 수 없다”며 “길어진 수명, 미비한 제도, 급속한 고령화 앞에서 국가 산업 학계가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이호갑 서울대총동창회 평창실버타운추진단 팀장은 “초고령사회라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실버타운이 건립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시대상황 반영한 다양한 형태 실버타운 필요 = 이호갑 팀장에 따르면 실버타운은 1981년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유료양로원’으로 법적인 지위를 부여받았다. 당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실버타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나서 대통령과 국회를 설득해 노인복지법을 제정함으로써 탄생의 기틀이 만들어졌다. 민간에서 1988년 우리나라 최초의 실버타운인 ‘유당마을’이 개원했다.
1988년은 올림픽이 개최된 해이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실버타운의 수요가 조금씩 태동되는 시기였다. 유당마을이 정부의 여러 규제 속에서 선구자로서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운영을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실버타운 수요도 가시화가 됐다. 1998년에는 이종균 송도병원 이사장의 철학으로 세워진 신당동의 서울시니어스타워를 비롯해 강서타워, 가양타워, 분당타워 및 강남타워 등 실버타운 5곳을 개원했다. 중산층을 위한 도심형 실버타운을 건립해 체인화했다. 이종균 이사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2017년 전북 고창에 45만평의 대규모 전원형 시니어 마을을 개원하면서 실버타운의 질적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방 인구가 소멸해가는 상황에서 미래형 실버타운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1년 삼성생명에서 이건희 회장의 철학으로 세워진 ‘삼성노블카운티’가 개원되면서 커뮤니티 시설을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입주노인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려 활기를 느끼는 실버타운이 개원되면서 전통적인 ‘연속 케어형 은퇴자 주거단지’(CCRC)개념을 뛰어넘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일류 실버타운이 탄생한 것이다. 국내 많은 실버타운의 벤치마킹이 되었고 중국 최고 보험회사인 평안보험은 이를 컨설팅해 상해 인근 실버타운을 완공시킴으로써 중국의 실버타운 업계에도 기여했다.
또한 건국대학에서 건립한 대학캠퍼스 실버타운인 ‘더클래식 500’과 동백지구의 ‘자이 스프링카운티’도 성공적인 실버타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실버타운은 무모한 건립과 비전문적 운영으로 실패 사례를 낳기도 했다. 먹튀 등 문제를 야기하는 실버타운으로 인해 2015년 분양형 실버타운을 금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실버타운의 공급이 중단되는 부작용이 생기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시대에 접어들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합동으로 2024년 ‘실버타운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백화점식 전개로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팀장은 “최근 몇몇 실버타운들이 건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버타운의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오래된 신도시 재개발은 초고령사회에 맞는 고령친화 도시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AI시대에 발맞춰 맞춤형 실버타운 모델과 지역사회 거주(Aging in Place) 이론에 가장 접근된 효율적인 소규모 시설들의 모델개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표준화를 통해 소득·지역별 시설유형 보급 = 주거문제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특징을 세심히 파악하는데서 시작해야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55~64세)는 향후 고령화 단계를 거치며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주택 수요에 있어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후기고령층(75세이상)의 인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주거보장, 소득보장, 의료보장의 기본적인 복지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1인 및 2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등 주택공급뿐만 아니라 주거지원을 위한 다양한 고령자복지시설의 확충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자 주거복지 방향에서는 단순히 고령자를 위한 복지시설을 정비하는 구상차원이 아니라 중고령자가 지역사회에서 밀착하여 건강하고 활발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후생성 위원회는 △불특정다수의 도시사람들이 입소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지방에서의 특별양호시설 정비는 신중히 검토할 것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의 보급촉진 할 것 △고령자가 타 시도의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으로 이전할 경우라도 이전 거주지의 자치단체가 개호비용을 부담할 것 △도시부의 빈집과 폐교의 부지 등을 활용할 것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다.
다만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고령층의 1인 및 2인가구(부부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고령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및 정주 환경의 지원조성뿐만 아니라 고령친화산업의 한 부분으로서 서비스형 고령자주택(현행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수요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2018년 12월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이 제정돼 실버산업으로 통칭되어 왔던 고령친화산업이 제도적으로 정비됐다. 하지만 정착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장치의 미비 등 복합적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고령친화산업으로서 민간영역에서 활성화, 보편화, 표준화 될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문제와 고령자 주거 문제의 연결성을 찾아야 한다. 고령친화산업의 꽃이라고 하는 유료시설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전국 39개소(이중 분양세대는 8849세대, 입주세대는 8121세대로)이다. 유료시설이 보편화되기 위해 표준화를 통해 소득별, 지역별 시설유형의 개발과 보급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