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AI 전략’ 과학기술 인재가 뒷받침해야

2025-06-24 13:00:02 게재

‘중국제조 2025’는 중국정부가 2015년 발표한 첨단기술 확보 전략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한 프로젝트다. 중국이 단순히 ‘세계의 공장’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기지로 탈바꿈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바이오 의약, 고속철도, 로봇, 차세대 정보기술, 해양 설비, 농기계, 전력 장비, 신소재, 항공 우주 장비 등 10대 산업 육성계획을 밝혔다.

당시 핵심기술 부품과 기초 소재의 자급률 목표는 70%였다. 이를 두고 서방국가에서는 숫자에 집착한 무리한 목표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공격적인 보조금 투입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 기술자립, 연구개발로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국가가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관여하는 ‘국가주도 방식’과 ‘벤처 정신’의 합작품이다.

‘중국제조 2025’ 성공은 ‘국가주도 방식’과 ‘벤처 정신’의 결과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당시 중국정부가 제시한 260여개 목표와 달성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목표 달성률이 86%에 달했고 올해 말이면 대부분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중국의 기술굴기를 좌초시키기 위해 각종 제재를 강화해 왔지만 중국은 기술자립을 단계적으로 이뤄가며 미국의 기술패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비야디(BYD)를 선두로 하는 중국 전기차 분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주도적인 위치에 올랐다. 특히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시장을 휩쓸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3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이미 1000만대 이상 팔았다. 미국의 테슬라는 2024년 179만대를 판매했으나 중국에 밀리면서 전년 대비 첫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력 생산력 가격 공급망에서 독보적이며 차세대 배터리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세계 1위 제조사인 닝더스다이(CATL)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7.9%에 달한다.

조선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성장했다. 한국 일본을 제친 중국의 2024년 선박수주량은 사상 최대 기록인 70%를 차지했다.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범용 상선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LNG선 등 고부가 선박에선 한국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 항공모함 구축함 잠수함 등 해군함정의 건조는 해군력 증강의 핵심이다.

반도체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4년 14%에서 2023년 23%로 상승했으며, 2027년에는 27%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신궈지(SMIC),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약진하고 있으며, 특히 YMTC의 제조설비 65%와 반도체 재료 85%는 모두 중국산이다. 중국정부는 2024년부터 3년간 3000억위안(약 6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지원 펀드를 조성하며 강력한 정책 지원에 나섰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통신설비 기업 화웨이의 운영체제 ‘훙멍(Harmony OS)’이 중국 시장에서 이미 미국 애플의 ‘iOS’를 넘어섰다. 2025년 1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딥시크의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은 중국 신흥 기술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밖에 디스플레이(BOE), 드론(DJI)을 비롯해 고속철도, 우주개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 신소재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선 한국과 대만에 밀리고, 반도체 장비에선 미국 일본 네덜란드보다 뒤처져 있다. 수시로 작동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큰 골칫거리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후속편인 ‘중국표준 2035’ 전략을 세우는 이유다.

청년간부에 ‘새마을운동’ 배우게 한 후진타오, 이젠 우리가 배울 차례

이재명정부가 ‘100조원 AI 전략’을 추진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인재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헛된 꿈에 불과하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수립하면서 ‘2025년까지 고급 기술인력 1000만명 양성’ 목표를 세우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과정을 거친 인재들이 ‘벤처 창업자’로 거듭나고 있다. 칭화대에서만 스타트업이 1000개나 탄생했고 그 중 33곳은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매년 과학기술 분야 박사 8만명, 공학 엔지니어 150만명을 배출한다. 중국의 자연과학 연구역량은 이미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2023년 6월, 네이처). 2000년대 초 후진타오 주석은 ‘인민 속으로 들어가자’는 기치 아래 연인원 2000여명의 공직 청년간부들을 한국에 보내 ‘새마을운동’을 배우게 했다. 이젠 우리가 중국을 배울 차례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박진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