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전방위 수출 가속…글로벌 전략 산업으로 비상

2025-06-24 13:00:03 게재

지상·공중·해양 아우른 전방위 수출구조

가성비·현지화·첨단기술로 생태계 재편

한국 방위산업(K-방산)이 지상, 공중, 해양을 아우르는 전방위 수출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5월 28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개막식에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권오인 해군협회 수석부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본부 제공

빠른 개발과 납기, 높은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 유연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공동 생산,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산 솔루션으로 진화한 덕분이다. 나아가 인공지능(AI), 무인화, 친환경 등 미래기술 접목을 통해 세계 방산 생태계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상 무기 체계의 대표 주자인 K2 전차는 폴란드와의 2차 수출 계약(180대·약 9조원 규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체 물량 중 117대는 현대로템이 생산하고, 나머지 63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가 현지에서 조립·생산한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까지 포함된 복합 계약으로 NATO 시장 확대의 핵심 사례로 꼽힌다.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전시장 전경. 사진 해군본부 제공

공중 전력의 중심에는 FA-50 경공격기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달 초 필리핀과 12대 추가 계약(약 7억달러)을 체결했다. 이는 2014년 1차 계약 이후 기종의 성능 향상과 운용 신뢰가 입증된 결과다. FA-50은 동남아에서 경량 고기동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중동·중남미 국가와도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KF-21 ‘보라매’는 2026년 블록-I 양산을 목표로 시험 중이며, 유럽·중동과의 협상에서 고성능 대비 합리적 가격이라는 포지셔닝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해양 방산 분야도 K-방산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 중이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중형 잠수함은 AIP(공기불요추진)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장시간 작전과 저소음·저배출이 가능하다. 캐나다 중남미 중동 해군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전략 플랫폼인 KSS-III 도산안창호급 대형 잠수함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능력을 갖춰 고부가가치 무기체계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현재 캐나다 12척 신규사업에 ‘코리아 원팀’(HD현대·한화오션)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수상 전력에서도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해군과 프리깃·OPV·상륙함 등 4척을 2029년까지 공급하는 4억 63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필리핀과는 OPV 6척 공급 계약도 확정됐다. 이 계약들은 단기 납품을 넘어 장기 유지보수, 운용 교육, 기술 이전까지 포함된 전략적 협력이다. 한화오션은 무인함정, 전기추진, 스텔스 설계 등 차세대 해양 플랫폼 17종을 MADEX 2025에서 선보이며 글로벌 MRO(정비·수리·점검)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K-방산의 성장세는 국내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ETF는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하며 대표적인 조선·방산 테마 ETF로 떠올랐다. 2023년 출시 당시 ‘국내 증시 비관론’ 속에서도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해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2.46%, 설정 이후 수익률은 424.18%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면에는 구조적 과제도 존재한다. 유럽 시장은 자국 무기 구매를 우선하는 ‘Buy European’ 정책과 NATO 내 상호운용성 기준 등 높은 진입 장벽이 있다. K2 전차의 스웨덴 수출 실패, K9 자주포의 영국 수주 실패는 이를 방증한다. 또한 독일제 파워팩 의존으로 인해 K2 전차의 중동 수출이 장기간 지연됐고, KF-21도 미국제 F414 엔진의 수출 통제 영향을 받는다. 부품 국산화와 유지보수 거점 확보는 장기적 기술 자립과 시장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K-방산 세일즈 외교를 전개했다. 특히 캐나다의 잠수함 획득사업(60조원 규모)에 ‘코리아 원팀’이 경쟁 중임을 언급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영국과는 FTA 개정 협의, 유럽연합(EU)과는 안보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중동 시장에서도 K방산은 FA-50, KF-21, 장보고급 잠수함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앞세워 수출을 추진 중이다.

정책적으로는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AI 기반 무기체계 R&D 확대, 협력국과의 기술 이전 및 공동 생산 체계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지속성을 위해 방산 기술 보호, 중소기업 참여 확대, 국제 협약 준수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지 ‘값싸고 빠른 무기’로만 인식되지 않기 위해선 윤리적 책임과 국제 평화 기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K-방산은 이제 단순 수출을 넘어 국가 외교력과 산업 경쟁력을 결합한 전략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력과 운용 신뢰, 외교적 네트워크가 어우러진 한국형 모델이 세계 무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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