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훈 변호사와 함께하는 법과 생활⑨

무효가 되어버린 유언장

2025-06-25 14:53:19 게재
법률사무소 강변 대표변호사 강병훈
법률사무소 강변 대표변호사 강병훈

우리 민법상 유언의 자유가 인정된다. 즉 유언자는 유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유언의 내용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또 언제든지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유언의 자유는 개인이 법질서 내에서 자기의 의사에 따라서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적자치 원칙이 상속법 영역에서 구현된 것이다. 특히 유언자의 마지막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인정하고 있다.

형식은 엄격하게 제한

하지만 유언의 형식은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즉 유언의 내용은 자유이지만 유언의 방식은 자유가 아니라는 의미다.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일정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따르지 않은 유언은 무효로 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4. 10. 06 선고 2012다29564 판결).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으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이렇게 5가지를 인정하고 있다. 이 중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되는 사례가 많다.

민법 제1066조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필증서, 무효 사례 많아

A씨는 “본인은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는 유언장 말미에 작성연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명을 자서한 후 날인했고, 작성연월일 옆에 ‘암사동에서’라고 기재했다. 대법원은 ‘암사동에서’라는 부분을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춘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기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유언장은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다71688 판결).

B씨는 자신의 부동산을 자녀중 한명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다른 요건은 모두 갖췄으나 작성일시를 ‘2002. 12月’로 기재했다. 대법원은 “자필유언증서의 연월일은 이를 작성한 날로서 유언능력의 유무를 판단하거나 다른 유언증서와 사이에 유언 성립의 선후를 결정하는 기준일이 되므로 그 작성일을 특정할 수 있게 기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연·월만 기재하고 일의 기재가 없는 자필유언증서는 그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전문가 조력이 안전한 방법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따로 비용이 들지 않고 증인도 필요없기 때문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유언방식 중 하나다. 그런데 위에 소개한 사례와 같이 법이 정한 방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만큼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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