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경쟁력강화

“전세계적 공동기획·제작 모델 구축 필요”

2025-06-26 13:00:01 게재

단순 수출 넘어 콘텐츠 생산 과정 전반에 개입할 수 있어 … 유통 구조 중요성 인식해야

‘넥스트 케이 향한 케이-콘텐츠 글로벌 확장 전략’을 제시한 ‘2025 콘텐츠산업 포럼’이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열렸다. 포럼 개최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함께했다. 포럼에서는 정책 방송 이야기(스토리) 음악 게임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적 산업적 과제가 논의됐다. 18일 포럼에서는 ‘넥스트 케이: 케이-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확장 방안’ 등 정책 중심으로 논의했다.

한국 콘텐츠의 전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지속 가능한 확장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케이-콘텐츠가 수출 주력 품목으로 2차 전지나 가전 산업을 이미 추월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가가 전세계 경쟁구도 속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이드 위드 코리아’를 향해 = 이날 포럼에서 송진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넘어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 즉 전세계적 공동기획 공동제작 공동수익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수출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초국적 제작 체계와 전세계적 협업을 통해 콘텐츠 생산 과정 전반에 한국이 깊숙하게 개입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송 센터장은 콘텐츠의 세계화 전략을 요약하는 단어로 ‘힙(HIP, Hyper-localization, IP-connected industry, Pioneering new markets)’을 제안했다. 초현지화 전략(Hyper-localization)은 자막이나 더빙을 넘어 현지 창작자와 제작진의 참여, 전세계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사용자 경험(UX) 설계까지 포괄하는 보다 몰입감 높은 현지화 방식을 의미한다. 지적재산 연계 산업화(IP-connected industry)는 콘텐츠 지적재산을 기반으로 화장품 음식 패션 등 연관 산업과 동반 진출하는 전략이다. 새로운 해외 판로 개척(Pioneering new markets)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기존 케이-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낮았던 지역에서 콘텐츠 소비 기반을 확장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그는 콘텐츠를 단순한 수출 품목 이상의 것으로 보고 국가 이미지 형성, 관광 유치, 제품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으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 해외 진출 거점 확대, 콘텐츠 유통 정보 체계 구축, 장르별 환급 방식 정부 지원 확대, 민간 투자 유인형 세제 지원 확대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넥스트 케이 향한 케이-콘텐츠 글로벌 확장 전략’을 제시한 ‘2025 콘텐츠산업 포럼’이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열렸다. 18일 포럼에서는 ‘넥스트 케이: 케이-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확장 방안’ 등 정책 중심으로 논의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아시아 지적재산과 한국 기술력 결합 가능 = 이어 발표에 나선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퓨처랩 박사는 “우리는 콘텐츠를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을 얻은 것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덕분이었고 그것이 아니면 글로벌 영향력은 3% 미만 수준”이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이와 관련 “아무리 콘텐츠 품질이 뛰어나도 그것이 전달되는 플랫폼과 유통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세계적 성공은 어렵다”면서 유통 전략 부재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특히 창작자 중심의 제작 위주 사고에서 벗어나 콘텐츠가 실제로 팔릴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 단계부터 유통 가능한 포맷과 더빙 자막까지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자막은 구매자가 하기를 기대하는가. 파는 사람이 상품을 완성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유통 중심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 박사는 유통 문제 해결을 위해 콘텐츠 유통공사 설립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는 “제작 기반 역량은 향상됐으며 이제 유통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라며 “공공 성격의 유통 플랫폼 또는 기관을 통해 중소 제작사들이 해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유통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유통공사는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전담 조직으로 구성되며 콘텐츠 제작자의 판매 역량 부족을 구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그는 ‘아시아 지역 지적재산과 한국의 제작 체계 결합’을 통한 공동제작 모델을 제시했다. 태국의 민간설화나 베트남의 역사 서사를 예로 들며 아시아 지역의 보편적인 문화를 한국의 기술력으로 실사화 또는 애니메이션화해 전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국이 제작을 주도하고 아시아 현지 지적재산을 발굴 가공 유통하는 구조를 통해 수익성과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으로 ‘지적재산 비즈니스 허브’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이는 아시아 각국의 창작자들이 원작을 등록하고 평가 및 투자 등을 통해 한국의 제작 체계와 연결되는 전세계를 포괄하는 시장으로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등 전체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킹 오브 킹스’는 어떻게 성공했나 = 이에 앞서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기조발제를 통해 해외 진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로 개봉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찰스 디킨스의 미출간 유작에서 느슨한 영감을 받고 기독교 콘텐츠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기독교 문화는 미국 진출에 안정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제작 방식에서도 혁신이 돋보였다.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고 제작비와 제작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미국 현지 인력과 직접 작업하며 철저한 현지화와 품질 관리를 수행했다.

장 대표는 “좋은 기획과 시나리오, A급 배우를 섭외할 수 있는 연결망이 해외 진출의 핵심”이라면서 핵심 시장에 바로 진입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배급사 엔젤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높은 시사 평가 점수와 함께 3500개 이상의 미국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성과를 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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