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력을 쌓을 기회, 신입에게도 필요합니다”
최근 채용 시장에서 ‘경력직 선호’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도서관, 공공기관, 문화 분야 등 다양한 직군에서도 경력 위주 채용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실무 경험이 없는 신입 졸업자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력을 중시하는 이 같은 흐름은 구직자의 역량보다는 실무 적응 속도를 우선시하는 고용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전문대학에서 실무형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도 심각한 취업 장벽이 되고 있다.
전문대학은 산업 현장 중심 교육을 통해 사회에 즉시 진입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과정은 실습과 프로젝트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들은 2~3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집중적인 훈련을 거쳐 전문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사회로 나서는 신입에게조차 ‘경력’을 요구하는 구조는, 교육과 취업의 간극을 벌리고 있다. 신입이 경력을 쌓기 위한 첫 기회를 어디서도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무형 인재 양성 위한 전문대학의 노력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전문대학 교수들은 교육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한 강의 전달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진로 설계와 실무 적응을 위한 맞춤형 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교육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수업은 물론이고 잡스터디 운영, 전공 동아리 지도, 산업체 연계 특강, 취업특강반, 현장실습 연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다.
교수들은 학생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일대일 멘토링을 실시하고, 산업 현장의 요구에 맞춘 교수학습계획서를 수립하며, 매 학기마다 포트폴리오를 갱신한다. 행정 업무 또한 상당하다.
각종 성과관리, 정부 재정지원사업 보고, 취업률 산정 및 관리까지 교수의 책임 아래 이루어진다. 이처럼 교수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 대학의 경우 전국 4년제 대학을 포함한 국내 대학을 통틀어 취업률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실무 중심 교육의 효과와 교수들의 열정이 결합된 결과다.
모든 경력은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그 첫걸음을 내디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인재 양성 시스템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단기성과 위주의 채용 문화보다는, 신입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신입에게 기회를 주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이기도 하다.
전문대학은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기업과 연계한 캡스톤디자인, 창업 연계 프로젝트, 지역사회 협력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 전부터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실무 중심 교육은 곧바로 산업 현장에서 통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기반이 된다.
경력보다 가능성, 사회 시선도 달라져야
신입에게도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하는 채용 문화와 이를 지지하는 교육 시스템이 함께 작동할 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인재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다.
가능성을 믿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될 때, 비로소 ‘실무형 인재’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