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수익 낸 오일 트레이더들
공포보다 정보에 의존 … SNS·위성정보·옵션 포지션 실시간 분석해 수익 극대화
그러나 불과 7분 만에 브렌트유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20분 후 낙폭은 3%를 넘어섰다. 결국 이날 브렌트유는 7.2% 급락한 배럴당 71.48달러에 마감하며, 약 3년 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충격을 받았지만, 일부 오일 트레이더들은 이 급락을 미리 예측하고 매도 포지션으로 수익을 냈다.
그들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은 위성사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이들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긴장 고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재빨리 내렸다.
오닉스(Onyx) 캐피털 그룹의 애널리스트 호르헤 몬테페케는 “우리는 이미 18일부터 그 기지가 비워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이건 짜여진 대본이었다. 이 영화를 예전에도 본 적 있다”고 밝혔다.
트레이더들은 미군이 공습 전날 카타르 알우다이드 기지에서 전투기들을 사전 철수한 위성 이미지, SNS의 오픈 소스 정보 계정(OSINT), 실시간 뉴스 채널 등을 종합 분석해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시장은 공포 대신 안도감을 택했고, 트레이더들은 이에 맞춰 매도에 나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한 핵심은 하나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는가 아닌가”였다. 해당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 요충지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설립자 암리타 센은 “해협에 타격이 없다는 게 명확해지자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중동발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유가가 단기 급등 후 빠르게 반락하는 ‘반사 매도’ 패턴이 시장에 자리잡은 점도 매도세를 키웠다. 오닉스의 몬테페케는 “지금 시장은 의미 있는 뉴스가 뜨면 곧바로 매도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며 “수익이 나면 곧장 실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과잉 공급도 시장의 방향을 뒷받침했다. OPEC+의 증산, 미국 셰일오일의 공급 유지,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유가 하방 압력이 여전히 강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백악관이 전략비축유(SPR)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공급처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옵션 시장의 포지션 변화로 유가 급락을 부추겼다. 많은 생산자들이 유가 하락에 대비해 예정된 가격에 원유를 팔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을 미리 매수해놓은 상태였다. 이후 실제로 유가가 떨어지자, 해당 옵션을 판매한 금융회사나 트레이더(딜러)들이 자신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유가 선물을 서둘러 팔기 시작했다. 이처럼 매도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가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재 하에 이뤄진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 소식이 전해진 24일에는 브렌트유가 6.1% 추가 하락해 배럴당 67달러 초반까지 밀렸다. 한 트레이더는 “이란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해협 봉쇄는 오히려 중국만 손해를 본다”며 “이제 시장은 다시 펀더멘털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전쟁 속에서도 냉정하게 ‘위험의 실체’를 가려낸 이들 트레이더들은, 결국 시장의 가장 빠른 수익자였다. 그들은 공포보다 정보에 의존해 베팅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