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영구정지 원전 212기 ‘해체시장’ 꿈틀

2025-06-27 13:00:26 게재

고리1호기 해체 승인 … 원전 건설·운영·해체 전주기 생태계 구축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 해체를 26일 승인하면서 한국은 건설부터 운영, 영구정지, 해체에 이르기까지 원전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경험을 갖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원전 해체를 경험해 본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뿐이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여서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세계 원전 해체시장규모 500조원 추정 = 27일 세계 원자력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전은 410기이며 영구정지된 원전은 212기에 이른다. 건설중인 원전은 64기, 계획에 잡혀있는 원전은 94기다.

영구정지된 원전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41기로 가장 많고, 독일과 영국이 각각 36기, 일본 27기, 프랑스 14기, 러시아 10기 순이다. 이어 스웨덴 7기, 캐나다 6기, 대만·이탈리아·불가리아·우크라이나 각각 4기다. 한국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2기가 영구정지됐다.

현재 가동중인 원전과 건설·계획중인 원전을 포함하면 앞으로 해체시장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원자력업계에서 고리1호기 해체가 단순히 원전설비 철거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원전 생태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국내 최초로 원전 해체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건설·운영에서 나아가 원전의 전 주기 생태계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5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에 한국 원전업계가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원전 해체분야의 해외 전문기관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정부도 고리1호기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를 위해 96개 해체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심기반 기술 38개를, 한수원이 상용화 기술 58개를 각각 갖고 있다.

한수원은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을 활용하고 자체 연구 과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전 해체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월성1호기 해체 사업을 위한 중수로 해체 기술도 확보하기로 했다.

◆월성1호기 해체 심의는 내년말 결론 =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체 계획서를 심의·의결한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의 제1호 원전으로, 설계용량 595메가와트(㎿)의 가압경수로(PWR) 방식 원전이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계속운전 허가(10년)를 받았으며,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이후 8년 만에 해체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안에 따르면 첫 6년은 비방사선구역을 철거하고 해체 지원시설을 구축하며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한수원은 2026년 8월 운영변경허가를 받아 건식저장시설을 월성원전 부지 내에 2030년 4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후 이곳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는 과정을 2031년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해체를 진행하면 중준위 65톤, 저준위 8941톤, 극저준위 4315톤, 자체처분 15만8387톤 등 총 17만1708톤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4년간은 오염 구역을 제염하고 철거하고, 해체 방폐물을 처리하는 등 본격적인 원전 건물과 구조물 철거가 진행된다.

마지막으로는 2년간 부지 복원에 나서며 사업자가 해체 완료를 보고하고 원안위가 최종 부지 상태를 조사하면 운영허가 종료를 통보하면서 부지가 원자력안전법 규제 대상에서 해제되는 ‘최종 해체’ 상태가 된다.

한수원의 계획대로면 2037년 해체가 마무리되지만, 첫 진행인 만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9년 12월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는 지난해 6월 해체 승인 신청서류를 받았으며 올해 2월 서류가 심사에 착수할 수준임이 확인됐다. 월성 1호기 해체 심의·의결 여부는 2026년말쯤 결론날 전망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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