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혁신 노사상생

노사 참여 일터혁신, 기업 생산성 제고·근로생활 개선

2025-06-27 13:00:37 게재

근로시간·임금체계·직장문화·조직관리 등 다양 … 소통과 설득, 이상적인 설계보다 공감대 형성해 수용가능성 높여

일터혁신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유럽에서는 1950년대부터 기업 경쟁력과 근로자 근로생활의 질이 함께 개선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외환위기 당시 유한킴벌리 사례를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일터혁신은 노사 참여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 혁신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및 근로생활의 질 개선을 도모하는 의미다.

고용노동부는 2004년부터 기업의 자율적인 일터혁신을 지원했다. 이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업활용 컨설팅, 유연근무 종합컨설팅, 공정채용 컨설팅 등을 추가적으로 지원해왔다. 2025년 그동안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7개 컨설팅 사업이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으로 통합됐다. 기업의 복잡다단한 문제에 대해 기업이 하나의 컨설팅을 통해 한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통합된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의 가장 큰 변화는 ‘진단’을 통해 기업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 제공이다. 진단을 통해 컨설턴트가 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확인하고 요구사항의 내용 및 단계에 따라 전문형 또는 심화형으로 구분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9개 분야 19개 요구사항 가운데 기업은 필요한 부분을 맞춤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는 근로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컨설팅 이행을 위한 추가 활동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TF 운영이나 교육·워크숍 비용을 1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 정부는 2600여개 기업에 진단을 통해 기업별 맞춤형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박종필)은 2010년부터 일터혁신 사업을 전담해 수행·관리하면서 현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과 내일신문은 일터혁신 우수 기업을 소개한다.

1973년 설립돼 자동차 부품과 농업용 기계 부품 생산을 시작으로 경운기 완성차와 트랙터 완성차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발전해 온 대동기어. 최근 농업은 감소하고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산업변화에 발맞춰 대동기어는 새로운 비전과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사진 대동기어 제공

대동기어, 조직문화 진단 통해 7가지 현안 해결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는 대동기어(대표이사 노재억 김준식)는 1973년 설립돼 자동차 부품과 농업용기계 부품 생산을 시작으로 경운기와 트랙터 완성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업체로 발전해왔다. 대동기어는 2008년 1000억원 매출 달성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2570억원 매출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직원 규모는 250여명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4차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전으로 농기계업종 수출전망이 밝지 않고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속하게 산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동기어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비전과 중장기계획을 수립했다. ‘파워트레인 전문업체로 도약’을 목표로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6%, 평균성장률 20% 등을 담은 ‘비전 2030’ 계획을 수립했다.

화목단결 책임완수 창의개발 등 경영방침 실행과 관련해 법정근로시간 준수와 이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했다. 노사관계는 안정화돼 있으나 △품질혁신 △수익성 개선 △일하는 방식의 전환 등 경영목표 실현을 위해 새로운 노사파트너십을 정립해야 했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통해 그간의 축적된 관습을 깨고 젊고 밝은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혁신이 진행 중이다.

우선 컨설팅 진행을 위해 프로젝트 설계 방향성 제시와 이행을 결정하는 경영진과 노동조합 대표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와 프로젝트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사부서장 인사담당자 노조사무국장이 참여한 ‘디자인팀’을 구성했다. 컨설턴트의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전반적 자문과 지원을 통해 컨설팅 단계별 임무를 수행했다.

●근로자 인식, 경영진에게 전달이 소통·설득의 시작 = 12차례에 걸친 디자인팀과 컨설턴트의 회의를 통해 제도설계 방향을 협의하면서 개선해 나갔다. 노사간담회도 두차례 실시해 노사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또 2회에 걸친 보고회를 통해 컨설팅 진행상황과 결과를 공유했다.

일터혁신은 지속적인 소통과 설득의 과정으로 이상적인 설계보다 전체 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용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지난해 두차례 열린 노사간담회 모습. 사진 대동기어 제공

디자인팀은 경영진 인사담당자 근로자대표 부서장 핵심인재 등 8명에 대한 심층인터뷰와 전직원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장시간 근로 개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정 임금수준 △보상에 대한 성과 반영 정도의 적정성 △노사파트너십 수준 진단·전략체계 △노사협의회 및 고충처리제도 고도화 △단체협약 개선 등 협약자치 기능 강화 △직무 재분류 업무분장 조정, 업무효율화 등 7가지 현안을 도출해냈다.

장시간 근로개선과 관련해 현행 생산직 2조2교대제의 법정근로시간 위반을 확인하고 디자인팀과 3차에 걸친 중장기 교대제 개편방안을 만들었다. 1차 3조2교대제, 2차 3조3교대제, 3차 4조3교대제로 현행 2조2교대제에서 총 근로시간 319시간을 214시간, 197시간, 182시간으로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 교대제별 추가 필요 인원 및 인건비 감소분을 분석해 △기본급(시급) 인상 △보전수당 신설 △법정수당 가산률 샹향 △인센티브 신설 등 임금보전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는 1차 3조2교대제를 운영 중이며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생산직 인원 7명을 충원 등을 통해 1인당 월 근로시간을 30시간 줄였다.

각 부서별 적합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연장·휴일근로 사전 승인관리제, 연구직은 재량근로시간제, 기능직은 업무량이 많은 기간에 탄력근무시간제 도입이 제시됐다.

임금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상과연봉제 구조를 설계하고 시장 평균임금과 대동기어 급여수준을 분석해 페이밴드를 재설계하고 성과에 따른 연봉인상 방식을 만들었다. 총 보상수준 향상 방안으로 인센티브제도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계했다.

노사파트너십체계 구축을 위해 설문조사를 통해 노사파트너십 수준을 진단하고 노사간담회에서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등 기업의 내·외부 환경을 고려한 노사관계 비전과 전략체계를 수립했다. 또한 노사협의회 고충처리제도의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사내하청 근로자 의견청취제도도 도입했다.

일터혁신은 지속적인 소통과 설득의 과정으로 이상적인 설계보다 전체 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용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일터혁신 상생컨설팅 과정에서 근로자 인식을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것을 소통과 설득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임경섭 대동기어 전략기획팀장은 “근로자의 인식을 경영진과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직원만족도조사와 노사관계 인식 진단을 통해 경영진에게 근로자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자인팀 경영진 근로자대표 일반근로자가 참여한 두차례의 노사간담회를 통해 컨설팅결과물, 경영진의 인식, 근로자의 인식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 제도 도입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다.

임 팀장은 “성과연봉제 도입,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급여보전수준 등 민감한 분야에 있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나 컨설팅을 통해 설계된 제도전반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하영민 대동기어 경영관리본부장은 “그동안 회사가 말로만 설명했던 부분이 실제로 눈에 보이니까 구성원들의 동기부여가 상승하고 회사가 이전보다 생동감 있고 역동적으로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밟아가며 대표이사부터 막내 사원까지 같은 철학이 공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프리다츠는 지난해 6월 24일 대회의실에서 유연근로제 도입에 대한 전직원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프리다츠 제공

프리다츠, 유연근로제 도입해 주52시간 준수

경기 하남시에 있는 프리다츠는 시스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간 기획·구성을 전문으로 하는 실감 미디어기업이다. 2020년 8명이 설립해 그해 매출 10억4000만원에서 지난해는 임직원 31명, 매출 229억원을 올리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무빙워크 벽에 프리다츠가 2023년 제작한 K-콘텐츠 미디어아트 영상인 ‘전통문화 미디어 월’이 상영 중이다. 전통문화를 주제로 △문화유산 △음식 △문화 △자연을 테마로 각각 4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사진 프리다츠 제공

내부 조직은 경영직군과 사업직군으로 구분해 각 직군은 상이한 직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외부 출장이 잦은 사업본부 현장직 인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주52시간 유급휴일 등에 대한 법적 규정에 대해 관심도가 높다.

이에 노사발전재안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통해 법규 법규 준수를 위해 유연근로제 도입이 필요했다. 주52시간 준수를 위한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직원의 동기부여는 기업성장에 중요한 가치이므로 보상제도를 진단하고 동기부여를 위한 보상체계 개편도 필요했다.

프리다츠는 2023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무빙워크 벽에 미디어아트 작품 ‘19,999개의 기와’를 설치했다. 반사 재질을 활용해 관람자의 얼굴, 창밖의 빛 등 바라보는 대상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투영될 수 있도록 구성돼 ‘비움’을 주제로 한 몰입형 공간경험을 제공한다. 사진 프리다츠 제공

장시간 근로개선을 위해 기존 주휴일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개정하고 가급적 휴일근로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현재 운영 중인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를 전자결재가 가능하도록 했다. 주52시간 준수를 위한 선택적근로시간제, 출장 시 간주근로제를 도입했다.

임금체계 개선과 관련해 고정OT를 도입하고 연장근로 사전합의제와 유연근무제 성공적 도입을 위해 보직자 수당을 신설했다. 성과와 보상을 연계한 페이밴드도 설계했다.

문영태 프리다츠 대표는 “간주근로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의 법적 안정을 확보했다”면서 “유연근무제 도입 등으로 회사 내 일·가정 양립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이트가 2024년 2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기념해 김진현 대표(가운데 빨간옷)와 임직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에이트 제공

이에이트, 평생학습체계 구축해 인재상 정립

2012년 설립한 이에이트(E8)는 국내 최초 입자방식 시뮬레이션 개발, 디지털 트윈 3단계 구현, 세종스마트시티 사업 수주 등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전체 90여명의 직원 가운데 20~30대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이에이트에서는 기업의 규모 확장으로 조직이 세분화되고 신규입사자가 증가함에 따라 혁신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및 효율적 경영관리가 중요해졌다. 특히 공정하고 합리적 평가체계와 조직의 몰입감을 높일 평생학습체계 구축은 이에이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한다.

일터혁신 상생컨설팅 전의 평가체계는 태도 업무능력 관리능력 시스템능력의 4가지 대분류로 이뤄진 역량평가로 성과와 관련된 업적평가는 없었다.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가 지난해 가을 임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통해 존중 소통 공유의 가치관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 이에이트 제공

김진현 대표는 “컨설팅을 통해 성과 기술방식으로 평가체계를 변경할 수 있었고 다면 평가체계 방식을 보완해 평가 결과에 대한 당위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생학습체계 구축은 이에이트만의 인재상을 정립하고 공통역량을 설정해야 했다.

특히 유연근무제도는 일·생활 균형은 물론, 업무 집중력 및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강화하고 있다. 컨설팅을 통해 5가지 유형의 시차출퇴근제, 연구직과 영업직은 원격근근무제 , 연구직 대상으로 출퇴근시간 지정하는 재량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주 40시간외 근로가 5% 이하로 유지되고 유연근무 활용율 96%에 이르고 이직율이 절반 이상 줄였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