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유형별 맞춤형 통합돌봄체계 갖춰야”…고령장애인 조기 노화 고려한 지원 시급
나이 아닌 기능여부 따른 지원 필요
내년 3월 돌봄 통합지원법이 전국 시행됨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통합돌봄체계 구축에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장애 유형별·중증도에 따른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돌봄과 미래, 한국장애인복지학회, 김예지·서미화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고령장애인을 위한 돌봄 통합지원’ 주제 토론회가 6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장애의 노령화와 노인의 장애화 구분해야 = 이날 토론회 기조발제자로 나선 노승현 루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5세 기준 개념의 ‘노인’ 장애인이 아닌 ‘고령’ 장애인에 주목되고 있는 배경에는 장애인의 조기 노화 경향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에 따르면 생애주기 관점에서는 발달장애인은 35세 혹은 40세, 고령장애인 50세, 65세 이후 장애정책과 노인정책의 분절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기간이 누적될수록 이차장애, 소득위험, 사회환경적 차별 등을 경험한다. 현재 사회적 논의에서는 친숙한 환경에서 노화, 기능수준에 맞춘 사회활동을 지원, 은퇴 지원 정책이 강조되고 있는데 새로운 대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비스는 파편적이다. 나이가 늘수록 서비스 욕구는 증가하는데 실제 서비스는 감소하고 있다. 노 교수는 “장애유형별 생애주기적 서비스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높은 조기 노화률과 사망률을 고려해 고령장애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희수 충북대 보건과학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장애인은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화로 인한 장애인이 된 경우가 있다.
고령화된 장애인의 경우 발달기나 청장년기에 장애가 출현한다.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으로 선천성 혹은 사고로 인한 중도장애가 장애발생의 주원인이다. 장애기간이 20년 이상 정도다.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고 소득차별, 이동권, 사회참여 등이 주요 관심사다. 우선 욕구 순위는 소득-주거 보장으로 나타났다.
노화로 인한 장애인은 노화기에 장애가 나타나 장애인 정체성이 약하다. 신장장애나 시각장애 등이다. 노인성 질환이나 노화로 나타난다. 장애기간은 20년 미만이다. 주요 관심은 돌봄이나 의료, 시설 입소 등이다. 우선 욕구는 의료보장으로 나타난다.
장애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구체적인 조기 노화와 사망 등을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008년~2017년 뇌졸중 발생률의 장애인 비장애인 비교연구에서 장애인이 15년 이상 일찍 뇌졸중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년층 장애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42만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53.9%를 차지한다. 전체인구 고령화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2040년 고령장애인 수는 현재의 2배에 이르는 29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애인과 노인을 이분적으로 구분하는 현행 제도로 고령장애인의 의료-요양-돌봄체계의 중복·충돌·누락·부재 지점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65세 이전에 장애인이 되어 활동지원급여를 수급한 경우만 적용된다. 같은 고령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급여에 대한 보전 혜택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장기요양 이동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은 일부 지역만 국한되어 운영하고 있고 모든 고령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양 책임연구원은 “장애유형에 따라 고령인구 정의를 세부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보미 중앙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장애인의 치매, 뇌혈관질환, 파킨슨질환 등 노인성 질병 발생 양상이 비장애인에 비해 더 이른 연령부터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의 경우 비장애인(65~69세)보다 장애인은 55~59세에서, 뇌혈관질환의 경우 비장애인(45~49세)보다 장애인은 40~44세에서, 파킨슨질환의 경우 비장애인(55~59세)보다 장애인은 50~54세에서 발생률이 높아졌다.
박 교수는 “장애인은 다양한 건강위험요인에 노출되면서 만성염증반응, 기능 저하 가속화, 신체활동 감소 등으로 이어져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애 유형에 따라 노인성질환 발생 시기에 차이가 있다”며 “장애 유형과 중증도에 따른 선별검사가 필요하고 맞춤형 통합돌봄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고령장애인 특성 고려한 보편적 제도 설계 필요 = 서해정 중앙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장에 따르면 고령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보편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40~50세 장애인 세부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다양한 영역을 고려한 미충분 인프라 및 서비스 제공과 부족한 시설 인력 장비 교통 정보 등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당사자의 장애인 의료-요양-돌봄 인프라 및 서비스 요구도 조사’와 ‘단체의 장애인 의료-요양-돌봄 제도 실현 방안 조사’ 결과에서 고령장애인 당사자의 경우 지역사회 내에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선택권 및 자기결정권이 보장된 미충족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랬다. 장애인 단체의 경우 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선택권이 보장된 지역사회 내에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이용자 중심 서비스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박종혁 충북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장애인통합돌봄 모델’ 구축 작업이 강화돼야 한다. 제주 대구 일부지역에서 실시했지만 통일된 표준화된 모델 구축에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큰 한계는 의료-보건-복지서비스 통합제공을 위한 조직이 없었다는 점이다. 전문성 부족과 중복 사례 관리가 운영효율을 저하시켰다. 우선 퇴원화자를 중심 통합연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책임의료기관과 공공보건의료기관 다학제적 접근방식을 도입해 의료 보건 복지서비스를 통합 제공해야 한다.
박 교수는 신규 서비스로 ‘퇴원(노인 장애인) 환자 재가 복귀’ ‘장애인 다학제 주치의팀’ ‘장애인 다학제 건강 네비게이터’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서인환 장애인 인권센터 대표는 “통합돌봄이 백화점이 아니지 않나. 창구·연계 역할이 아닌가”라며 “필요서비스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은 “다친 지 40년, 고령장애인 당사자다. 100세시대라고 지난 세월처럼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자신이 없다”며 “장애인은 주장애 외 다른 문제에 대해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어 건강정보, 노후 준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총장은 “지역사회 허브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장애인통합돌봄지원을 위한 중장기전략을 갖추고 장애인 관련 사업을 연계 지원해야하고 특히 고령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