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이드북 4단계 활용법

학생부종합전형은 깜깜이? 대학이 밝힌 평가 기준

2025-07-02 13:00:03 게재

전공 탐색부터 면접 준비까지 유용 … 고1~3 단계별 전공·대입 가이드북으로 전략 수립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기준과 과정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실제로는 각 대학이 매년 상세한 공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을 비롯해 전공 가이드북,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에는 서류 평가 비율부터 합격자 학생부 사례, 면접 준비법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평가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대학 가이드북 활용법을 4단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전공 탐색부터 전형 선택, 학생부 점검, 면접 대비까지 단계별 전략을 통해 학종 준비의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전공 가이드북은 전공별 교육과정과 주요 과목, 졸업 후 진로를 안내하는 핵심 자료다. 대학 입학 후 배우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주로 취업하는 산업군과 기관을 알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전공별 인재상과 전공 공부에 필요한 역량, 관련 교과를 함께 제시해 과목 선택에도 도움을 준다.

아직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은 전공 가이드북을 진로 탐색에 활용할 수 있다. 이재영 서울면목고 교사는 “우선 목차를 보며 계열 아래 어떤 전공이 있는지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며 “내가 흥미 있고 잘하는 과목을 기준으로 계열을 좁히고 그 안에서 학과를 탐색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인문계열 안에는 언어·문학을 다루는 인문대학과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대학이 있다. 자연계열은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으로 나뉜다. 각 계열의 특성을 파악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 탐색하기, 대학 교육과정·관련 교과 주목 = 관심 분야가 뚜렷한 경우에는 관련 전공의 교육과정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좋다. 같은 분야에 속하더라도 전공별로 교육과정이나 관련 교과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26 동국대 전공 가이드북에 따르면 역학을 배워 수학과 물리 지식이 필수인 건설환경공학과와 달리 건축학 전공은 수학·물리보다 예술 감각을 중시한다.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전공 가이드북의 정보를 활용해 학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특히 동국대 서울과학기술대 숙명여대는 전공 가이드북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준비 사항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전공별로 키워야 할 학업 역량과 관심을 가지면 좋을 주제가 명시돼 있어 학습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전공별 선택 과목을 안내한 자료는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전공 가이드북이나 종합전형 가이드북에서 함께 안내하기도 하지만 고려대 경희대 서울대 등과 같이 안내 자료를 따로 발간한 대학도 있다. 자료는 대학 전공과 고교 과목의 연계성이 높은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전공별 핵심·권장 과목을 안내한다.

전공별 선택 과목을 안내하는 대학은 서류 평가에서 핵심·권장 과목 이수 여부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고1·2는 과목 선택 시 참고 사항으로, 고3은 자신의 과목 이수 내용을 확인해 대학·전형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오창욱 광주대동고 교사는 “종합전형은 해당 전공에 깊은 관심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며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을 알고 관련 교과를 더 충실하게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맞는 대학 전형 찾기 = 진로를 탐색하고 본인의 적성을 점검했다면 어떤 대학에 어떤 전형으로 지원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대학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통상 4~8월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가이드북을 참고하면 좋다. 종합전형 가이드북은 학생이 대학에 지원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안내서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가이드북은 고3만 읽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1·2에게 더 도움이 된다”며 “고등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은데, 가이드북을 보면 대학이 높이 평가하는 활동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종합전형 가이드북을 확보했다면 대학의 서류 평가 방법을 확인해봐야 한다. 학생부를 평가할 때 활용하는 평가 기준과 중점적으로 보는 역량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같은 대학에 지원하더라도 전형에 따라 평가 항목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유심히 확인해야 한다.

가이드북에서는 각 평가 항목에 포함된 구체적인 요소도 확인할 수 있다. 종합전형의 서류 평가는 대학마다 사용하는 기준과 세부 질문이 명확히 다르기에 대학별 가이드북을 확인하는 게 필수다. 국민대는 종합전형 서류 평가에서 ‘자기 주도성 및 도전 정신’ ‘전공 적합성’ ‘인성’ 등 3가지 평가 영역을 제시하는데 세부적으로 ‘탐구력’ ‘긍정적인 변화 모습’ ‘전공 관련 교과 성취도 및 이수 노력’ ‘협업과 소통 능력’ 등을 평가한다고 가이드북에 기재했다.

서울시립대는 과목 선택 등 구체적인 예시를 만들고 이를 평가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분석을 담았다. ‘적은 이수자 수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이수한 흔적에서 본인의 진로와 관심 주제를 연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점을 주목했습니다’ 등 평가자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문구가 많다.

조경민 서울시립대 선임입학사정관은 “가이드북에는 서류 평가 시 입학처가 학생부 내용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지 나와 있다”며 “평가자의 관점을 이해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정답 없는 학생부, 합격 사례로 평가자 채점 엿보기 = 종합전형은 이름만큼이나 학생부의 평가 비중이 높다. 그러나 학생부는 시험과 달리 정답이 없어 점수를 매길 수 없고 경쟁력 유무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종합전형 가이드북은 이러한 고충을 가진 학생을 위해 합격자 학생부 사례를 함께 제시한다. 전년 입시 합격자의 진로·일반·융합선택 과목 등의 단위 수, 원점수, 성취도, 석차등급부터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의 특기 사항 등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경희대는 한 일반고 출신 자연계열 지원자의 사례로 평가 관점을 드러냈다. 이 지원자는 과목별로 원점수 80~90점대, 등급으로는 1~3등급대의 성적을 기록했다. 원점수가 같아도 과목에 따라 등급은 차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경희대는 “지원자의 출신 고교가 학생 수 130여명의 ‘작은 학교’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학업 성취도가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가이드북에 실린 합격 사례는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 평가를 받은 요인을 찾아내고 자신의 고교 생활에 적용해 설계해야 한다. 합격생의 학생부를 분석해보면 많은 대학은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지식을 확장하고 심화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종합전형의 경우 비교적 낮은 성적에도 합격을 거머쥔 사례가 종종 공개된다. 이때 ‘낮은’ 성적에만 집중하지 말고, 성적에서의 약점을 보완한 지원자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용진 교사는 “물리를 이수해 관련 활동을 심화한 학생이 공과대학에 지원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며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수업이 대학에서도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초 지식이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시문 기반 면접, 선행학습 보고서 기출문제 확인 = 면접이 포함된 전형을 선택했다면 고3 여름방학이나 2학기부터 면접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제시문 기반 면접과 학생부 기반 면접은 준비 방식이 다르기에 각 면접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모집 요강을 보면 면접 유형과 면접 일정, 전체 평가에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전형 가이드북에서는 면접 절차와 진행 시간, 블라인드 면접 주의 사항과 소지 가능한 물품 등 보다 자세한 운영 방식도 확인 가능하다.

제시문 기반 면접을 준비한다면 기출문제 풀이가 필수다. 기출문제는 대학이 매년 3월에 발표하는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에 담겨 있다. 선행학습 보고서는 면접·논술 등 대학별 고사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음을 밝힌 자료다. 각 문항의 해설과 예시 답안, 출제 범위와 출제 의도, 채점 기준을 함께 제공해 대학의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제시문 기반 면접은 제시문 난도가 높아 보여도 교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답할 수 있다. 선행학습 보고서의 출제 범위와 출제 의도를 참고해 필요한 개념을 복습하고 배경지식을 늘리면 도움이 된다. 2026학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 따르면 인문계열 제시문 기반 면접은 독서 경험과 각 교과의 깊이 있는 이해가, 자연 계열은 개념 응용 연습이 필요하다.

예시 답안을 볼 때는 채점 기준을 바탕으로 답변에 요구되는 조건과 논리적인 구성을 확인해야 한다. 모의 면접을 통해 답변 시간 안배를 연습해도 좋다. 초반 문항에 답변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면 후반 문항에는 제대로 답하기 어렵다. 기출문제와 예시 답안을 참고해 답변의 틀을 만들어두면 구조적인 답변은 물론 적절한 시간 안배에도 도움이 된다.

학생부 기반 면접은 학생마다 질문이 달라 대비하기 까다롭다. 학생부 내용을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종합전형 가이드북에 제시된 평가 기준과 예시 질문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평가 사례다. 대학이 평가 요소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부의 어떤 내용에 주목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재영 교사는 “학생부 기반 면접의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며 “첫번째는 학생부 기록의 진위 판단이고 두번째는 학생부에 드러나지 않은 학생의 성장 확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번째가 좀 더 중요하다”며 “각 활동의 동기, 활동 이후 변화한 점, 후속 활동 계획과 같이 학생의 성장이 드러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구성하라”고 권했다.

김기수 기자·임하은·송지연 내일교육 기자 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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