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동산 매입 증가…규제 사각지대
상반기 매입 6569건
자국 대출로 규제 피해
“상호주의 도입해야” 지적
국내 대출규제를 받지 않고 자국 금융대출을 이용해 손쉽게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외국인들의 수도권 부동산 ‘쇼핑’으로 부동산가격 급등까지 우려되면서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외국인이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사들여 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2022년 1만681건에서 2023년 1만2031건, 2024년 1만3615건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올해도 6월까지 외국인 집합건물 매수는 6569건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중 중국인 매수가 4387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국내 대출기관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경우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 특히 대출 이용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 규정도 외국인은 예외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돈을 빌려와 투자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외국인 보유 주택은 2022년 8만3052가구에서 지난해 10만216가구로 2년 새 21% 증가했다. 중국인의 경우 외국인 주택 매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53.7%에서 지난해 56.2%로 점차 커지고 있다.
상반기 전국 임대차 계약 중 외국인이 임대인으로 등록된 사례는 1만355건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9.3%가 늘었다.
외국인 부동산 매입 증가로 주택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부동산 가격 이상 급등에 일정 부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이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되면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제도를 시행할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검토하는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규제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김미애 의원(국민의 힘)은 지난달 17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사전 허가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토지를 사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도 담겼다. 우리나라 국민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제한하는 외국의 국민에게도 국내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것이다. 중국은 현지에 1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만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중국인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집합건물을 취득할 수 있다. 호주도 4월부터 비거주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매를 전면 금지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국민은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제한되는 반면 외국인은 무제한에 가까운 거래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역차별을 바로잡고 국민 주거 안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법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