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중단하자 주가 상승
‘주주가치 훼손 논란’ 확산에 주춤
상법 개정 앞두고 곳곳서 꼼수 논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일었던 태광산업이 자사주 기초 교환사채(EB) 발행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태광산업 주가는 10시 30분 현재 전날에 비해 2.33% 증가한 105만6000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이 EB 발행 등 소액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 상법 개정 전 마지막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태광산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EB 발행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지분 5.95%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2일 “트러스톤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향후 의사 결정에 이를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태광산업은 주력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사업구조 재편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EB 발행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태광산업 이사회는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약 3200억원 규모 EB 발행을 의결했다.
그러나 EB 발행을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지분율이 높아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EB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증가, 기존 주주 이익이 침해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태광산업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도 전날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자사주 처분 상대방을 공시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교환사채 발행 대상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추가적으로 태광산업의 EB 발행을 통한 조달자금의 사용 목적을 꼼꼼히 들여다 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의 소액주주연대도 EB 발행 및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 의결한 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발했다. 이들이 저평가된 교환가격으로 자사주를 사실상 처분하기로 결정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태광산업은 매각절차 중단을 선언하며 “소액 주주 및 노동조합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할 방침”이라며 “소통하는 계기를 통해 석유화학 업황과 회사 사업 현황과 계획, 자금조달 필요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우려와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태광산업이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자금 조달 방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태광산업의 재무구조상 의지만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태광산업은 1분기말 기준 1조4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대금 9000억원이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자체 투자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태광산업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아래 잠복했지만 상법 개정을 앞두고 일부 상장사들이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마지막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되면, 주주 이익이 훼손되는 결정을 한 이사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어 그전에 소액주주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하는 결정을 서둘러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태광산업 외에도 SK이노베이션, 네온테크, 모나용평, 엘앤씨바이오, KG에코솔루션, 바른손 등이 EB 발행 공시를 했다. 올해 상반기 EB 발행 규모는 1조244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넘게 상승했다.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2023년 9390억원에서 지난해 2조58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