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견제 자처한 이 대통령…특별감찰관 ‘흑역사’ 끝나나
취임 한달 기자회견서 “비리 예방·봉쇄 필요” 강조
9년 만에 부활 가시권 … 야당도 “칭찬받을 일”
“임명으로 끝 아냐” 지적도 … 독립성 강화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 견제를 자처하고 나섰다.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밝힌 특별감찰관 임명 지시와 감사원 기능 국회 이관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비리 예방과 봉쇄 필요성’을 들며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 지시 사실을 공개했다. 임명이 현실화된다면 두 명의 대통령을 거쳐오는 동안 공석이었던 특별감찰관 자리가 9년여 만에 채워지게 된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권력 견제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임명한다고 끝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4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후보 추천 관련) 검토중이고 곧 국회에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관련 절차에 대해 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민정수석실에서 관련 내용을 준비중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을 거듭 밝히며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권력을 가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불편하긴 하겠지만 제 가족들,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혹여라도 그럴(비리) 가능성을 예방하고 봉쇄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겠다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권력 견제’ 의지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호평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권력자 입장에서 나와 내 가족을 감시하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칭찬 받을 만한 일”이라면서 “윤석열정부 때도 여사 리스크가 심각해졌을 때부터라도 특별감찰관을 뒀더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이 이뤄지게 되면 지난 9년간 특별감찰관 제도가 겪어온 ‘흑역사’가 끝나게 될지도 관심이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에 신설된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위 공무원 입장에선 상당히 껄끄러운 자리인 셈이다.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의 사퇴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씨를 검찰에 고발하며 대통령 가족 감시 업무 성과를 냈다. 그런데 같은 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대통령실 인사들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감찰관은 초반에 버티기도 해봤지만 결국은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쫓겨나듯 사퇴했다.
이후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가 들어섰지만 감찰관 자리는 계속 공석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특별감찰관 역할을 할 수 있다든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을 함께 하자는 식의 주장으로 국회 내에서 후보 추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들은 국회에서 추천을 해오면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은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만약 이번에 특별감찰관 자리가 채워진다면 진짜로 흑역사를 끊어내기 위해 대통령 가족과 측근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의 소신과 독립성을 갖춘 인선, 민정수석실 기능과 충돌 가능성에 대한 가르마 타기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특별감찰관 업무와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겹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한 가르마 타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