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견제 자처한 이 대통령…특별감찰관 ‘흑역사’ 끝나나

2025-07-04 13:00:02 게재

취임 한달 기자회견서 “비리 예방·봉쇄 필요” 강조

9년 만에 부활 가시권 … 야당도 “칭찬받을 일”

“임명으로 끝 아냐” 지적도 … 독립성 강화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 견제를 자처하고 나섰다.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밝힌 특별감찰관 임명 지시와 감사원 기능 국회 이관이 대표적이다.

2차 수석보좌관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 대통령은 ‘비리 예방과 봉쇄 필요성’을 들며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 지시 사실을 공개했다. 임명이 현실화된다면 두 명의 대통령을 거쳐오는 동안 공석이었던 특별감찰관 자리가 9년여 만에 채워지게 된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권력 견제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임명한다고 끝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4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후보 추천 관련) 검토중이고 곧 국회에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관련 절차에 대해 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민정수석실에서 관련 내용을 준비중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을 거듭 밝히며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권력을 가진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를 받는 것이 좋다”면서 “불편하긴 하겠지만 제 가족들,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혹여라도 그럴(비리) 가능성을 예방하고 봉쇄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겠다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권력 견제’ 의지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호평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권력자 입장에서 나와 내 가족을 감시하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칭찬 받을 만한 일”이라면서 “윤석열정부 때도 여사 리스크가 심각해졌을 때부터라도 특별감찰관을 뒀더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이 이뤄지게 되면 지난 9년간 특별감찰관 제도가 겪어온 ‘흑역사’가 끝나게 될지도 관심이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에 신설된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고위 공무원 입장에선 상당히 껄끄러운 자리인 셈이다.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의 사퇴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씨를 검찰에 고발하며 대통령 가족 감시 업무 성과를 냈다. 그런데 같은 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대통령실 인사들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감찰관은 초반에 버티기도 해봤지만 결국은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쫓겨나듯 사퇴했다.

이후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가 들어섰지만 감찰관 자리는 계속 공석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특별감찰관 역할을 할 수 있다든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을 함께 하자는 식의 주장으로 국회 내에서 후보 추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들은 국회에서 추천을 해오면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은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만약 이번에 특별감찰관 자리가 채워진다면 진짜로 흑역사를 끊어내기 위해 대통령 가족과 측근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의 소신과 독립성을 갖춘 인선, 민정수석실 기능과 충돌 가능성에 대한 가르마 타기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특별감찰관 업무와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겹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한 가르마 타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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