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여야의 합치는 왜 더욱 꼬이나
역대 정부의 첫 내각 인선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박근혜정부 60일, 문재인정부 54일, 윤석열정부 36일이다. 이재명정부는 27일만에 내각 인선을 사실상 완료했다.(2개 부처 제외)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정권임을 감안하여 대선 기간 동안 인재 풀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등에게 ‘집권 100일 구상’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례없이 빠른 내각 구성이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여권보다 야당의 현재 상황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지난 해 12.3 불법계엄 이후 나라의 기능은 사실상 정지됐고 21대 대선은 비정상적 국가를 정상국가로 복원시키는 과정이었다.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는 윤석열 탄핵을 끝까지 반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 개혁안에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30일 퇴임 때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며 당을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친윤계 지원으로 선출된 TK 3선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하면서 ‘쇄신’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며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도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대선 때 김문수 후보가 41%의 득표를 하면서 탄핵 선거임에도 보수의 결집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표의 분포를 보아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20대 대선에 비해 훨씬 저조한 득표를 했다는 사실을 애써 간과하는 것 같다.
여권 협치 주도하지만 고장난명(孤掌難鳴)
대선 패배 후 국힘은 더욱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법계엄은 왜 가능했으며 국힘은 당시 집권당으로서 왜 이를 막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추 자체가 없다. 이제 국힘에게는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란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지역당으로서 ‘영남 자민련’으로 가고자 방향을 정했다면 차라리 솔직히 국민께 고백하고, 당을 거기에 맞게 재설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전체 지역구 의석(89석)의 65%가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58석)이라는 구조를 기정사실화하고 ‘쇄신’이 영남 민심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탄핵 정국이나 대선 패배 이후의 국힘의 행보가 설명이 된다. 당의 기득권은 오히려 쇄신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국힘의 주류, 친윤은 지극히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까.
국힘은 내부의 혼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당 노선의 재설정이나 제로 베이스에서 당의 지향을 재검토하는 이른바 ‘혁신’을 택하지 않고, 조직의 외부에 적을 설정하고 보수 지지층 결집이라는 구태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보수 궤멸 위기가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영남이 언제까지나 보편적 중도 민심과 별개로 갈 것이라고 보는걸까.
이미 국힘의 정당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불법 대선 자금 수수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연이은 총선 참패로 존립 위기를 겪을 때 ‘천막당사’로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던 결기와 육참골단의 보수정당은 이제 찾을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권과 여당이 협치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도 구조적 한계로 인해 협치는 불가능하다. 국힘은 상대를 공략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를 스스로 창출해 가면서 생존을 도모하는 이중적·위선적 행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집단지도체제 얘기도 나온다. 당의 개혁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시원찮은데 집단지도체제는 뭔가. 이러니 ‘한동훈 견제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야당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협치는 불가능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금 보수 야당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이 말에 국힘의 모순적 상황이 함축적으로 들어있다. 여권이 협치의 주도 세력이지만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말이 있다. 야당이 바뀌지 않으면 정권과 야당의 협치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