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피난처 도시’ LA에 강화되는 이민 단속

2025-07-08 13:00:03 게재

지난달 이민국 요원들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들이닥쳐 16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을 체포하면서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촉발됐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LA의 이민자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CA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번 작전은 단순한 치안 대응을 넘어 피난처 도시와 피난처 주에 대한 본격적 탄압으로 해석된다.

2017년 트럼프가 서류미비 이민자를 찾아 추방하려는 시도에 대응해 캘리포니아(CA) 주 상원은 미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피난처 법인 이른바 ‘캘리포니아 가치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은 중범죄를 제외하고는 지역 경찰이 이민당국과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것은 당시 CA의 민주당 지도부가 CA를 일종의 자유주의적 보루로 만들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였다.

LA의 피난처 도시 법안은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인 2023년 초 제안되었지만 11월 트럼프의 승리 이후 최종 확정됐다. 이 조례에 따라 시 공무원과 자산은 이민 단속 목적의 수색 체포 인도에 활용될 수 없다. 심각한 범죄를 조사하는 법 집행기관은 예외다. 또한 시 공무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시민권 및 이민 신분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정보를 기밀로 취급해야 한다.

트럼프가 재선된 후 캐런 배스 LA 시장은 보호 조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시 한복판에 있는 연방구치소에 체포된 이민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피난처 조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방정부의 이민 집행 권한은 지역 조례와 무관하게 작동하며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민자들을 완전히 보호할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가디언 엔젤 작전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 주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피난처 도시들의 불법 이민자 보호 정책을 우회하고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가디언 엔젤 작전’을 본격 가동했다. 이 작전은 캘리포니아 주법상 연방 이민당국(ICE)의 요청, 즉 이른바 ICE 구금자에 대한 협조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교묘히 피해 가며 연방 형사 법률을 적용해 지방정부로 하여금 이민자 체포 및 이송에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구조를 가진다.

CA 법 집행 공무원은 지역 교도소에 구금된 불법 이민자를 연방 이민 공무원에게 이송하라는 “ICE 구금자”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ICE 억류자는 구속력이 없고 지역 기관에서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임명한 CA 중부 연방검사인 빌 에세일리는 CA의 협조를 이끌어낼 방법을 내놓았다. 그는 “지역 공무원들은 구금자를 무시할 수 있지만, 연방 형사 영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에세일리가 취임 첫 주에 출범시킨 가디언 엔젤 작전이라는 연방 태스크포스는 LA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를 식별하기 위해 범죄 데이터베이스를 스캔한 다음 이들의 지문을 이민 기록과 대조해 이전에 추방된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되면 그들을 불법 재입국 연방 범죄로 기소하고 연방 판사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이는 보호구역 관할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 작전이 진행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CA는 매주 수십명의 불법 이민자를 ICE에 넘겨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법무부는 가디언 엔젤 작전을 CA 전역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복면 쓴 이민국 요원

복면 쓴 연방 요원들이 표식 없는 차량을 이용해 남가주 지역사회에 들이닥치면서 LA 일대 라틴계 커뮤니티에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주민들을 연행하거나 무기를 꺼내는 방식으로 이민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후폭풍은 지역 경찰과 공무원들이 떠안고 있다.

최근 몇주 동안 벨, 패서디나, 다저스타디움 등지에서 복면을 쓴 남성들이 나타나 영장 없이 주민들을 구금하거나 무기를 사용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들은 명확한 소속도 밝히지 않고 활동 중이다. 특히 패서디나에서는 복면 남성이 교차로에서 표식 없는 차량에서 내려 권총을 꺼내 보행자들에게 권총을 겨누는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그의 조끼에는 경찰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소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해당 차량의 번호판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했지만 경찰은 이를 ‘콜드 플레이트’라 불리는 추적 불가능한 법집행 전용 번호판이라고 밝혔다. 지역 공무원들은 이들이 연방 요원인지 아니면 위장한 자경단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30일 LA 캐런 배스 시장과 시의원들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시의 조례가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하는 연방 정부의 능력을 방해함으로써 미국 헌법의 최고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시가 자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개별 구금자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며 시 계약업체가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연방 이민 당국을 다른 법 집행 기관과 다르게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방정부는 소장에서 미국이 불법 이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연방 이민 당국과의 협력이나 정보 공유를 거부하는 LA 시와 같은 피난처 도시들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 연방법 방해 소송 제기

또한 소장은 LA 시는 연방 당국과의 협조 및 정보 공유를 거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백만명 추방공약을 방해하고 있다며 상황이 너무 심각해져 연방 정부가 혼란을 진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방위군과 미 해병대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배스 시장은 LA를 혼란과 폭력의 도시로 묘사한 트럼프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대혼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배스는 말했다.

배스는 또한 연방 급습이 공포 분위기와 가족 해체, 도시 경제 침체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은 이민자의 도시다. 이민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LA 경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CA에서는 서류미비 노동자가 전체 농장 노동자와 건설 노동자의 약 1/4을 차지한다. 2000년대 초반 애리조나 주가 반이민법을 채택했을 때 40%에 달하는 많은 서류미비 거주자들이 떠나며 주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저숙련 백인 남성의 실업률은 감소하기는커녕 증가했다.

UC 버클리 법대 학장 어윈 체머린스키는 “헌법은 지방정부가 연방정부의 집행 기관 역할을 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며 “연방정부는 도시가 이민 단속을 위해 자원이나 인력을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도시가 연방 이민 공무원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연방 공무원들에게 협조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하나의 조례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LA를 넘어 전국의 피난처 도시들과 연방정부 간 충돌의 서막이자 미국 연방주의의 경계를 시험하는 정치적·헌법적 시험대다. 지방자치와 인권 보호, 연방 권한과 자치단체의 자율성 사이에서, 미국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피난처 도시’를 표방하는 LA는 지금 보호와 단속 사이, 연방과 지역 간의 법적 충돌의 한가운데에 있다. 복면을 쓴 단속 요원들이 책임 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은, 단순한 이민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적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