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의 역설

노동 범주 확대에도 보호는 멈췄다

2026-04-30 13:00:35 게재

입법조사처 “법체계 변화 못 따라가” … 플랫폼·특고 확산에도 공백 지속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바뀌었지만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상당수는 여전히 이날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에서 ‘노동’으로 개념은 확장됐지만 법과 제도는 과거 기준에 머물면서 보호 사각지대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첫 번째 노동절이 던지는 질문: 진정한 노동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입법 필요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노동법 밖 노동자 특별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직장인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노동절 유급휴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노동절 전환을 “노동을 바라보는 기준 변화”로 평가하면서도 법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 종속적 관계를 전제로 설계돼 플랫폼 노동,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노동 형태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로’와 ‘노동’의 개념 차이도 이러한 간극을 보여준다. ‘근로’가 사용자 관리 아래 노무 제공을 전제로 한 개념이라면 ‘노동’은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다양한 일하는 활동을 포괄한다. 노동 개념은 확장됐지만 보호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형식에 묶여 있는 셈이다.

노동절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뀐 이후 63년 만에 다시 ‘노동절’로 돌아왔다. 당시 ‘노동’이라는 표현은 이념적 색채가 강하다는 이유로 ‘근로’로 대체됐다. 이후 법과 제도 전반이 ‘근로’ 중심으로 형성됐다. 1994년 5월 1일로 날짜는 조정됐지만 명칭은 유지되다가 이번에야 변경됐다.

이 같은 제도 한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2%가 노동절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일용직 60.0%, 프리랜서·특수형태근로종사자 59.3%, 5인 미만 사업장은 58.3%로 나타났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노동절조차 쉬지 못하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측은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약 900만명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절에도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에서 배달 일을 하는 A씨는 “노동절이라고 해도 쉬면 수입이 끊긴다”며 “플랫폼 노동자에게 공휴일은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B씨도 “법정 공휴일이지만 유급휴일이 아니라 사실상 평일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플랫폼 노동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기업은 계약 관계를 통해 사용자 책임을 제한하고 노동자는 소득 변동성과 사고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노동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유급휴일로 규정돼 있지만 비정규·특수형태근로종사자 상당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현실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내부 격차도 여전하다. 동일한 일을 수행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산업재해 위험, 고용 안정 수준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격차는 제도 설계와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평가된다.

이주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 단체 관계자는 “노동절에 쉴 수 없어 집회를 미리 열었다”며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급격한 기술 변화도 변수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확산으로 노동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고용관계 중심 제도와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

법체계 개편이 쉽지 않은 점도 과제로 꼽힌다. 헌법이 ‘근로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등 주요 법률에 ‘근로’ 개념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있어 단순한 용어 변경만으로는 제도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입법 기준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플랫폼 노동에 대한 책임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고령 노동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노동절 전환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노동을 바라보는 기준을 재설정하는 출발점”이라며 “적정 노동시간, 쉴 권리, 괴롭힘 방지, 실직 보호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 존중이 실제 제도 속에서 구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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