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휴전 아래 여전히 이어지는 전쟁

2026-04-30 13:00:00 게재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다만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미국의 전면공습과 이란의 보복폭격은 잠시 멎었지만 휴전 아래 봉쇄와 해협 통제, 협상과 위협이 뒤엉킨 장기교착이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긴장이 한풀 꺾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군사충돌이 경제전과 해상압박으로 옮겨간 상태에 가깝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은 평화의 복원이 아니라 전쟁의 방식 변화다.

이 교착의 한 축은 미국이 키운 불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오바마행정부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란으로서는 국제사회가 보증한 합의도 미국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도 이란은 단계적 이행과 상호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총성 대신 봉쇄와 해협 통제, 협상과 위협이 뒤엉킨 교착 상태

문제는 트럼프식 협상방식이 그 불신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키워왔다는 점이다. 그는 협상과 군사압박을 오가며 상반된 메시지를 반복했고,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된 것처럼 말하다가도 곧바로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는 그가 스스로 내세운 협상론과도 어긋난다. CNN은 트럼프의 대이란 접근을 두고 ‘거래의 기술’의 원칙이 오히려 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거래에서 최악은 그 거래를 너무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그의 문구를 다시 꺼냈다. 강한 척하지만 서두르는 모습은 협상력을 높이기보다 조급함을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변화는 이란 내부 권력의 이동이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여러 권력집단이 뒤엉켜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나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시 권력이 사실상 혁명수비대와 안보 핵심부로 더 집중됐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명목상의 최고지도자 체제는 남아 있지만 실질적 결정은 혁명수비대 지도부와 국가안보회의의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이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더 경직되고 더 강경한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내부 균열보다는 ‘통합된 강경 핵심부’가 조건을 정하고 압박을 버티는 쪽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 변화는 협상전망을 더 어둡게 만든다. 유연성이 필요한 협상국면에서 실권이 강경 안보세력으로 쏠리면 체제는 타협보다 버티기를 택하기 쉽다. 실제로 미국은 공습 재개 대신 대이란 봉쇄를 장기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협상카드로 붙들고 있다.

이란은 단계적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핵 문제는 전쟁이 끝난 뒤로 미루려 하고, 미국은 핵 문제를 처음부터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성은 잦아들었지만 경제전과 해상 압박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29일 장중 브렌트유가 110달러대, 서부텍사스산원유가 100달러선을 다시 넘긴 것도 휴전이 곧 안정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금융시장은 이미 다른 쪽을 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 위험과 휴전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이 오히려 증시의 추가 상승과 기록 경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전쟁이 끝났다고 믿어서 오르는 것이 아니다. 나쁜 뉴스조차 하락 시 매수 기회로 해석하고, 결국 트럼프가 시장 충격을 오래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고 있다. 외교는 흔들리는데 가격은 벌써 다음 실적 시즌과 다음 랠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 대목이야말로 지금 국면의 역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시장은 벌써 다음 실적 시즌과 랠리 계산에 들어가

휴전은 이어지지만 교착은 더 길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이 장기 교착의 구조를 직시하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무감각이 곧 위험의 소멸을 뜻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봉쇄와 공급 차질의 장기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그 사이의 긴장을 점점 일시적 변수처럼 처리한다. 평화가 제도화되지 않았는데도 가격만 먼저 안정을 되찾는다면 그것은 회복이라기보다 과신에 가깝다.

결국 이번 국면의 핵심은 휴전이 유지되느냐만이 아니다. 그 휴전 아래에서 무엇이 강화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 강화되고 있는 것은 상호신뢰가 아니라 봉쇄와 해협 통제, 그리고 강경화된 권력의 논리다. 그런 점에서 이번 휴전은 평화의 입구라기보다 전쟁의 비용과 수단이 재배치된 중간 단계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김상범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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