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삭발·단식…절박함의 정치, ‘통할까’
컷오프 김영환, 삭발로 항의해 결국 공천 받아
박형준 “삭발, 자해적 행위”라며 삭발 뒤 공천
눈물의 시장 불출마 이진숙, 달성 공천 가시권
안호영·김병욱, 단식했지만 요구 관철에 실패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19일 “누가 감히 누구의 목을 치려 하는가. 나를 컷오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충북도민뿐”이라며 삭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가 김 지사를 공천에서 배제하자, 항의 삭발을 감행한 것. 법원은 김 지사가 낸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결국 국민의힘은 김 지사를 경선에 다시 포함시켰다. 김 지사는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다. 삭발 투쟁이 통한 것이다.
30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는 삭발과 단식이 잇따르고, 눈물이 넘쳐난다. 후보들이 자신의 절박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삭발과 단식, 눈물을 동원하기 일쑤인 것. 김 지사의 절박함은 결과적으로 공천을 이끌어냈지만, 삭발·단식·눈물이 100% 효과를 내는 건 아니라는 게 정치권 통설로 통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부산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갑자기 삭발을 했다. 박 시장은 “평소 저는 논리와 합리로 정치를 풀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삭발하고 단식하는 자해적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 생각이었다”면서 삭발을 감행했다. 부산특별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삭발을 감행한 박 시장은 공천을 받는데 성공했다. 숨은 ‘삭발 효과’로 해석된다.
포항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억울하다”며 삭발과 함께 8일간의 단식까지 벌였지만 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을 배제한 채 경선을 실시해 박용선 후보를 선출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이원택 의원에게 밀린 안호영 의원은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당의 재감찰을 요구하며 12일간 단식을 벌였지만 재감찰은 아직 관철되지 않았다. 안 의원은 “단식은 중단했지만, 문제 제기까지 중단한 것은 아니다”며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끝까지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후보들은 눈물로 자신의 절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상욱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29일 의원직 사퇴 회견을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과거를 설명하던 김 후보는 “저는 배신자가 아니다. 배신자는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내란 세력과 그 뒤를 받치고 있는 기득권 카르텔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뒤 개인의 이익이나 안위로 나를 속이는 비겁함이 없도록 스스로를 경계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부산 북갑에 출마 의지를 밝힌 박민식 전 보훈부장관은 지난 28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 중에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이 손을 꼭 잡아주시고 안아주시면서 ‘잘 돌아왔다. 이번에는 좀 확실해 해봐라’고 해주셨다”는 지역구민의 덕담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 북갑에서 18·19대 의원을 지낸 박 전 장관은 20·21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한 뒤 북갑을 떠났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박 전 장관을 따뜻하게 안아준 지역구민에 대한 감사함이 눈물로 쏟아진 것이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뒤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던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비쳤다. 이 전 위원장은 “대구까지 좌파에게 넘어가 보수의 붉은 심장이 파란색으로 물들고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사회주의 포퓰리즘에 장악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려가 저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오늘 저 이진숙은 대구시장 예비후보 자리를 내려놓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전 위원장은 추경호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역구(대구 달성)에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눈물의 불출마로 달성 공천을 받게 됐다는 관전평이 나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