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우주 상업화’ 첫 단추는 AI
6월 사상 최대규모 IPO 예상 … 2025년 총 자본지출 29조원 중 17.8조원 AI에 투입
인간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선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어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는 수만년에 걸쳐 전 지구로 그 영역을 넓혔다. 지구를 정복한 호모사피엔스는 이제 대기권을 넘어 우주로 그 경계를 넓히고 있다. 지구별을 떠나 새로운 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우주 탐험은 미국과 소련 간 경쟁에 의해 주도됐다. 소련이 한발 앞섰다. 1957년 10월 4일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이어 1961년 4월 12일 소련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돌았다. 미국은 곧 소련을 추월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미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이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 인간은 이제 달을 너머 또 다른 별을 바라본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2016년 9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제67회 국제우주항공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나는 인류에게 근본적으로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우리가 끝까지 지구에 머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인류는 멸종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우주를 항해하는 문명이자 다행성종(多行星種)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길이야 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우주 진출, 탐험 넘어 개발단계로
21세기 들어 인간의 우주 진출은 탐험을 넘어 개발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미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우주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2013년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우주 상업화: 기회와 도전’이라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당시 주최 측에서 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들어 있다.
“우주 상업화는 우주 및 지상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술과 역량, 서비스 전반을 포괄한다. 다국적 항공우주 기업들은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우주 관련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주기술은 전세계의 빈곤과 질병, 가뭄을 모니터하고 분쟁으로 인한 난민 관리 등 인도적 목적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미 우주 상업화로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지구 관측위성이나 위성 발사 서비스, 위성위치 확인 시스템(GPS), 위성통신 등은 우주 상업화의 성공사례들이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나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소, 우주관광 상품 개발 새로운 우주 사업 구상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주 개발의 선두주자는 단연 머스크다. 머스크는 지난 25년 동안 우주탐험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02년 우주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스페이스X는 2010년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올리고, 다시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5년에는 재사용 가능한 수직 이착륙 우주선을 개발했다. 자신감을 얻은 머스크는 우주 상업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스페이스X의 경우 발사 서비스부터 위성 인터넷, 범용 AI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우주·통신·데이터·AI를 하나로 묶어 미래의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스페이스X, 우주보다 AI에 방점
스페이스X는 오는 6월 기업공개(IPO)를 예정하고 있다. 우주 상업화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예비 심사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이번 상장으로 스페이스X는 세계 증시 사상 최대규모인 750억달러(약110조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어떤 우주 사업을 벌이려는 것일까?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별들을 정복한 스페이스X, 이제 AI에 눈독’이라는 제하의 특종기사를 타진했다. 머스크가 우주상업화의 첫 단추로 AI를 선택했다는 내용의 단독보도였다. 로이터가 공개한 스페이스X의 상장등록서류 S-1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IPO 직후인 올여름 자사의 기업가치 목표를 약 1조 7500억달러(약 2450조원)로 잡고 있다. 스페이스X는 또한 자사의 총 잠재시장 규모(Total Addressable Market, TAM)를 28조5000억달러(약 4경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스페이스X가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잠재시장은 AI 분야였다. 스페이스X는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총 잠재시장의 90%인 26조5000억달러(약 3경7100조원)가 AI 부문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AI 부문 잠재시장의 대부분인 22조7000억달러(약 3경1800조원)는 기업용 AI가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스페이스X는 이미 AI 사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25년 스페이스X의 총 자본지출(capex)은 207억달러(약 29조원)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127억 달러(약 17조8000억원)가 AI에 투입됐다. 이는 우주 및 통신 사업에 쓴 금액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스페이스X는 올 2월 AI 스타트업 xAI를 인수했다. xAI는 2023년 머스크가 세운 회사로 일반 사용자 서비스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범용 AI를 지향한다. xAI는 아직 AI사업 초기 단계로 상당한 적자를 내고 있다. 2024년 16억달러(약 2조24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데 이어 2025년에는 그 손실 규모가 64억달러(약 8조9600억원)로 크게 늘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최대 수익원은 위성 인터넷 사업체인 스타링크다. 지난해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총매출 187억달러(약 26조1800억원) 가운데 114억달러(약 15조 9600억원)를 올렸고, 영업이익도 44억달러(약 6조160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스페이스X는 지난해 49억달러(약 6조86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AI 구동 GPU 자체 제조 계획”
스페이스X는 앞으로도 AI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AI 구동의 핵심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자체 제조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페이스X는 또한 전문화된 영업 조직도 구축할 방침이다. 예컨대 고객사에 AI전문 엔지니어를 파견함으로써 현장 밀착형 AI지원을 한다는 복안이다. 스페이스X는 S-1문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의 기업 전략은 AI 솔루션으로 세계 주요 산업의 디지털 수요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과연 우주 상업화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매튜 C. 와인저럴(Matthew C. Weinzierl) 교수는 21일 기술·미디어 전문매체인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베팅”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페이스X는 우리가 이제까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 모델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우주라는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면 스페이스X는 막대한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스페이스X는 그 시장 자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체다.”
로이터의 보도 내용만 보면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는 ‘우주’보다는 ‘AI’에 방점을 찍고 있다. S-1문서에서 우주를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입장을 이해할 만도 하다. 우주는 불확실하고, AI는 손에 잡히는 수익모델이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AI사업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AI는 우주 상업화를 작동시키는 핵심 엔진이다.”
AI, 우주 상업화 작동시키는 핵심 엔진
그러나 스페이스X의 주가를 높이는 원초적 동력은 ‘돈’보다도 ‘꿈’이다. 머스크는 100만명 규모의 화성 우주 식민지 건설을 꿈꾸고 있다. 머스크의 꿈은 스페이스X를 단순한 영리기업이 아닌, 인류 공동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로 인식하게 만든다.
머스크는 일찍이 “나는 화성에서 죽고 싶다. 다만 충돌로 죽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설령 화성 여행 도중 죽을지라도 기꺼이 스페이스X 우주선에 오르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결국 탐험 DNA를 타고난 종족들이니까!
박상주
칼럼니스트
지구촌 순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