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미국-이란 전쟁의 궁극적 승자는 중국일까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현재 파키스탄의 중재 아래 한차례 종전협상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에는 이란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전후 복구 문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같은 쟁점들이 올라왔다.
이 전쟁은 지역적·국제적 차원에서 심대한 구조적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확산 문제나 이란 체제 변화뿐만 아니라 중동질서의 재편, 역외 행위자로서 미국과 중국의 위상 재조정, 나아가 미국의 신뢰성 약화 및 대서양 동맹의 결속력 저하 등 기존 국제질서 전반에 걸친 변동이 예견된다.
이 전쟁의 궁극적 승리자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첫째, 전후 중동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밀 타격과 전략자산 투사를 통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관련 인프라를 상당 부분 무력화했으며,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등의 무장 네트워크도 약화시켰다. 이란의 군사적 역량은 단기간 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이란의 영향력 축소로 발생한 힘의 공백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파키스탄 등 중견국 중심의 새로운 지역협력 블록이 메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국가는 각각 세계 2위 석유 매장량(사우디아라비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튀르키예), 수에즈운하 통제(이집트), 핵 보유(파키스탄) 등 상이한 전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서 상호보완적 협력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미-이란 간 종전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외교적 위상을 제고했으며, 튀르키예 역시 역내 경제·물류 회랑 구상 등을 통해 지경학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외 파트너로서 중국은 기존의 일대일로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후 재건 및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후 중동 재편 속 커지는 중국의 역할
둘째, 전후 중동지역에서의 군비경쟁 심화는 중국과의 안보협력 확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걸프지역의 미군기지 및 주요 인프라를 공격해 역내 안보 환경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은 방공체계 고도화 해군력 증강 자국 방산산업 육성 등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핵심전략으로 채택할 것이다.
아울러 핵시설 선제 타격을 정당화한 미국의 논리는 역설적으로 핵무기 보유가 생존을 보장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이른바 ‘핵 도미노’ 현상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 밴스 미국 부통령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은 핵 억지의 규범적 금기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력과 동맹 네트워크 측면에서 주요한 행위자이지만 전쟁에서 드러난 일방주의와 신뢰성 훼손은 걸프국가들의 대미의존 전략을 재조정하게 만들고 있다.
셋째, 전후 형성될 에너지 거래 구조의 변화는 국제 금융질서에서 달러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위안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존 국제원유 거래의 80% 이상은 ‘페트로 달러’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원유 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면서 ‘페트로 위안’의 실질적 운용이 시작되었다.
특히 달러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을 대체하는 중국 주도의 위안화 국경간결제시스템(CIPS)을 활용하는 국가군이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확대됨에 따라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달러 패권 흔들리고 위안화 영향력 확대
이번 전쟁은 미국의 소프트파워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동맹국과의 협의나 국제법적 정당성 확보 없이 단행된 군사행동은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나토 동맹국들과의 갈등 또한 표면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국가들을 겁쟁이라 비난하고 유럽 주둔 미군 재배치를 시사한 발언 등은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를 재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다.
나아가 이번 전쟁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기존의 이념적 구도나 서방 대 비서방이라는 이분법적 질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제제도와 국제법의 규범적 구속력은 약화되고, 힘의 논리가 보다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질서는 19세기 유럽협조체제에 비견될 수 있는 다극적 세력균형 체제로 이행할 조짐을 보인다. 국가 간 경쟁과 협력이 병존하는 가운데 권력의 중심 이동과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전환 속에서 평화를 관리하는 한층 복잡한 난제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