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HMM, 부산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오늘 오후 HMM은 서울 여의도에서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한 노사합의 협약식’을 갖는다. 협약식에는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한다고 해수부는 공지했다. 노조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전 반대 단체행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다음달 8일 예정된 대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HMM이 이전을 둘러싼 갈등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로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HMM은 부산에서 잘 성장할 수 있을까. HMM 고위 관계자는 “임시 주총을 열고 정관을 변경하면 부산으로 옮길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결정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나름의 근거도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분권’을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한 노무현정부는 2004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을 제정, 통합거래소의 본점을 부산에 두는 것을 명문화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모델로 삼았다. 언론들도 “수도권 일극체제를 깨고 동남권 경제를 살리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라며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를 부산에 설치한 후 20여년이 지난 오늘, 부산이 서울에 버금가는 금융중심지로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부산에 사무실만 둔 채 시장기능은 서울에서 담당하고 있다.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본점을 둔 BNK부산은행도 서울 여의도에서 활발히 영업활동을 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을 거부했다.
이재명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1극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며 부산을 해양수도로,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을 해양수도권으로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5년마다 바뀌는 일을 경험한 유권자들은 해양수도 건설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계속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후 업무 비효율과 정부부처로서 위상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하는 해수부 직원들은 능력있는 젊은 사무관들이 다른 부처로 옮긴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들은 정부와 부산의 관심도 부산 이전 후 약해졌다고 느낀다.
부산도 바뀌어야 한다. 이재명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해수부와 HMM 등 해운기업, 해양 공공기관 등의 부산 이전을 추진한 전재수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돼 29일 의원직을 사퇴하고 부산 상공계를 찾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전 후보에게 HMM 부산 이전을 건의했다.
이제는 HMM이 부산을 위해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보다 HMM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무엇을 할 것인지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