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책임 커지는데…지자체 안전인력 ‘턱없이 부족’
방재안전직 914명 그쳐
이탈 증가·지역격차 심각
중대시민재해 예방 책임이 지방정부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안전행정의 핵심 축인 방재안전직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분석에 따르면 전국 지방정부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2024년 기준 914명이다. 2021년 755명에서 159명 늘어 21.1% 증가했지만 절대 규모가 작아 현장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같은 기간 토목·건축 분야 시설직 공무원은 3만778명에서 3만2809명으로 늘었다. 재난 예방과 대응을 총괄하는 방재안전직과 달리 시설직은 개별 시설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전 전담 인력 기반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인력 배치 기준도 지역별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기준 방재안전직 현원은 경기 217명, 서울 145명으로 가장 많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일부 광역시는 오히려 인력 부담이 크다. 방재안전직 1인당 담당 인구는 전국 평균 5만6036명인데 대전은 14만3916명, 세종은 13만228명, 대구는 12만4402명에 달했다. 단순 현원만으로는 지역별 안전관리 수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면적 기준으로 보면 농산어촌과 산악 지역의 부담이 드러난다. 방재안전직 1인당 담당 면적은 전국 평균 109.91㎢인데 강원은 306.01㎢, 경북은 259.55㎢, 충북은 238.93㎢였다. 산불 폭우 산사태 도로·하천시설 등이 중요한 지역일수록 현장 예방 활동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이탈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방재안전직 의원면직은 2021년 48명에서 2024년 67명으로 증가했고, 2024년은 최근 4년 중 가장 많았다.
재난안전 업무는 점검과 훈련, 비상 대응 등 고강도 업무가 반복되는 데다 사고 발생 시 책임 부담까지 커 공직사회에서 기피 직무로 꼽힌다. 신규 인력이 충원되더라도 장기 근무로 이어지지 않으면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재해 치사 사건은 2023년 1건, 2024년 4건, 2025년 잠정 3건 발생했지만 실제 송치 인원은 각각 0명·1명·2명에 그쳤다. 사고 이후 책임 규명과 처벌로 이어지는 과정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재난 대응 체계의 핵심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인력 구조로는 현장 점검과 위험 관리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인력 확충 기준을 단순 인구 중심에서 벗어나 면적과 재난 위험도 등을 반영해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방재안전직 처우 개선과 승진 체계 개편, 장기 근무 유도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재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안전 인력 부족까지 구조화될 경우 대응 실패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방정부 안전 역량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황지욱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정부와 지방정부는 방재안전직을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 인력으로 재정립하고 인구뿐 아니라 면적·재난위험 등을 반영한 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