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딥시크 AI전쟁

미국이 때릴수록 커졌다…중국 AI 미래는

2025-07-13 13:34:43 게재

최근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뉴스가 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AI 대표주자인 딥시크 모델을 내부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는 뉴스 하나. 딥시크 충격으로 한때 주가가 출렁이며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 증발했던 미국의 AI 기업 엔비디아가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시총 4조 달러의 벽을 넘겼다는 또 다른 뉴스.

배삼진 박진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만원

배삼진 박진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만원

글로벌 투자은행이 내부 테스트를 해 볼 정도로 딥시크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딥시크의 영향으로 흔들렸던 미국 AI 기업 엔비디아는 무난히 그 충격을 극복하고 세계 제1위 시총이라는 역사를 썼다. 두 기사에서 딥시크와 관련한 함의는 다소 달라 보이지만 확실한 건 이른바 AI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의 긴박감 어린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쉽게 끝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이쯤에서 미중간의 AI 기술 ‘신냉전’, 그리고 아직은 낯선 딥시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지난 5월 출간된 ‘딥시크 AI전쟁’을 추천할 만하다. 중국 현지 특파원과 AI 전문가가 공저한 이 책에선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오히려 구조 최적화의 동력으로 활용해 우뚝 선 딥시크의 성공 비결과 한계, 그리고 중국 정부가 어떻게 AI를 활용해 사회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는지 추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AI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중국 정부의 오랜 지원과 ‘이공계 우대’ 문화, 그리고 거기서 싹을 틔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천재성을 보인 토종 천재이자 딥시크 창립자인 량원펑의 등장은 딥시크의 성공을 이끌었다. 딥시크는 미국이 중국 수출을 막고 있는 고성능 칩 없이도 GPT-4에 견줄 만한 성능을 구현하며 전세계에 신선한 쇼크를 줬다. 그에 멈추지 않고 딥시크는 모델 구조와 코드 등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과감한 행보를 하며 기존 미국과 유럽 중심의 AI 패권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명실상부한 AI기술 추종자에서 설계자로 변모 중이다.

책 저자들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 피워낸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한계도 짚었다. 한계는 이른바 중국 AI의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다. AI 관련 논문수, 특허 출원, 인재 양성 속도, 산업 응용 등 거의 모든 정량 지표에서 중국 AI는 세계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와는 별개로 글로벌 AI 생태계와 연결성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 폐쇄된 생태계 속에서 고속성장했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갈라파고스 상황을 방치하지 않고 적극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적은 나라에 기술을 수출하며 영역을 확대하는가 하면 국제표준기구에 적극 참여해 개방형 구조 전환을 적극 준비중이다.

저자들은 딥시크뿐 아니라 제2의 딥시크를 꿈꾸는 중국의 눈에 띄는 스타트업들도 소개한다. ‘항저우 6룡’, 광둥성의 로봇 7검객, 유니콘 ‘T10’ 등에 대한 소개를 보면, 중국 전역에서 조성되고 있는 AI생태계의 광활함과 밀도를 알 수 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미중 패권 경쟁이 각종 분야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AI 기술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 속에서 대한민국의 갈 길은 어디일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길을 넘어 인간의 길을 고민하는 데로 넘어간다. 저자들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도록 존엄을 끊임없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질문을 던지며 책을 마무리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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