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창업도 힘든데 청년대책 후순위로 밀릴 조짐

2025-07-14 13:00:05 게재

내수 부진 장기화 청년층에 직격탄

관세압력에 대기업 고용사정 악화

청년창업·대기업 일자리 동반부진

“기술 기반한 청년 창업 유도해야”

대통령실 청년담당관 신설 주목

경기 불황이 청년층을 직격했다. 청년들이 취업과 창업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래 세대의 활력이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은 고용 취약계층인 청년층부터 강타한 영향이 컸다. 청년 사업자 수는 3분기 연속 줄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시 일자리박람회 2025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12·3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진작이 시급해지고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도 길어지면서 청년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년 일자리 31개월째 역주행 = 경기침체가 청년층부터 덮치면서 청년 일자리가 줄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험 없는 청년들의 창업활동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의 구직·창업 의지마저 꺾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68만2000명이다. 작년 보다 15만명이 줄었다. 청년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5000명)부터 31개월 연속 감소세다.

고용률 역시 지난 5월까지 작년보다 0.7%p 떨어진 46.2%를 기록,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 자영업자 사정은 더 좋지 않다. 30세 미만의 실제 사업체를 운영 중인 가동 사업자는 올해 1분기에 작년보다 2만6247명 줄었다. 역대 최대 폭 감소다.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

청년 일자리·창업 부진에는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청년 일자리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의지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 2월 50만명을 넘긴 뒤 3월 45만5000명, 4월 41만5000명, 5월 39만6000명 등으로 40만명 안팎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서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도 신규채용 감소 =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 중 하나인 대기업 청년취업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이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자율공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연령대별 채용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8개 기업의 30세 미만 채용은 2021년 2만6351명에서 지난해 2만793명으로 감소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2021년 2550명, 2022년 2927명으로 늘었다가 업황 부진에 따라 지난해 228명으로 감소했다. 시총 3위인 LG에너지솔루션도 2022년 7887명에서 지난해 2451명으로 약 69% 감소했다. 2021년 528명을 뽑았던 네이버도 지난해 채용 실적이 158명으로 52%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만6551명을 채용했지만 의원실 확인 결과 85%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엔 더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실시한 하반기 신규채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57.5%는 경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채용을 실시하지 않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뜩이나 어려운 채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일영 의원은 청년과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을 늘린 사업자의 법인세·사업소득세를 감면하는 통합고용 세액공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정 의원은 “내수부진과 트럼프행정부 출범 영향으로 우리 대기업에 대한 해외투자 압력이 더해져 국내 일자리 감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해외 신규채용이 국내 채용을 훨씬 앞지른 현대자동차에서 보듯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국혼란에 소외받는 청년정책 = 지난 정권에서 기획재정부는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 등을 통해 청년층의 계층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하지만 내란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커지면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최우선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기류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경제부처 수장 공백이 길어지며 관련 대책은 사실상 멈췄다. 올해 초 연간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사회 이동성과 소득 양극화 해법이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 와중에 결국 담기지 못했다. 올해 두 차례 편성된 추가경정예산도 1차는 산불 등 재난 지원과 통상 갈등 대응에 집중됐다. 2차 역시 경기 부양과 내수 회복에 무게가 실렸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 이 때문에 청년 고용·창업 맞춤 대책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 추경은 급한 불을 꺼야 했지만 내수 진작이 선순환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추경 편성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청년 지원을 위한 구조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구직 의지를 가진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을 장려할 수 있는 방식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창업은 음식점·카페 등 이미 경쟁이 심한 업종 자영업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창업에서 중요한 건 패자부활이다.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고 비용을 크게 치러야 한다”며 “이로 인해 청년들이 기술 기반이 필요 없는 자영업에 몰려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 기반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정부는 지난 7일 청년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대통령실 청년담당관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년정책 수립, 청년 관련 제도개선, 청년참여 플랫폼 운영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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